식각(蝕刻, etching)은 화학약품의 부식 작용을 응용하여 재료의 표면을 가공하는 방법이다. 소재에서 필요한 부위만 방식(防蝕) 처리를 한 후 부식시켜 불필요한 부분을 제거하여 원하는 형상을 얻는 공정을 가리킨다. 영어 'etching'의 외래어 표기인 '에칭'이라고도 불린다.
판화 및 인쇄 분야
식각은 동판화 제작을 위한 핵심 기법으로 오랜 역사를 지닌다. 방식 처리를 한 구리판의 표면을 바늘로 긁어 선을 낸 뒤 산(acid)에 담가 부식시켜 음각을 얻는 방식이 사용된다. 직접 칼로 조각하는 방식보다 선을 자유롭게 그릴 수 있어 정교하고 세밀한 묘사가 가능하며,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지폐 제작에도 활용되었다.
금속 가공 분야
프레스 가공만으로는 구현하기 어려운 복잡한 형상의 금속 부품 제조에 식각이 응용된다. 수십에서 수백 μm 두께의 금속판재를 식각하여 집적회로의 리드 프레임, 전기면도기의 망, 컬러 음극선관의 섀도 마스크(shadow mask) 등을 제조하는 기술이 있다. 이렇게 제작된 부품을 식각부품이라고 부른다.
반도체 공학 분야
반도체 산업에서 식각은 웨이퍼 위에 형성된 박막을 선택적으로 제거하는 핵심 공정이다. 웨이퍼에 산화 박막을 형성하고 포토레지스트(photoresist)로 회로 패턴을 형성한 후, 식각 공정으로 불필요한 박막을 제거한다. 식각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 습식 식각(웨트 에칭, wet etching): 불산(HF) 등의 액체 약품을 사용하여 화학 반응으로 재료를 제거하는 방식이다.
- 건식 식각(드라이 에칭, dry etching): 4불화 메탄(tetrafluoromethane, CF₄) 등의 가스를 사용한 플라즈마 반응으로 재료를 제거하는 방식이다.
반도체와 동일한 원리로 인쇄 회로 기판(PCB)의 배선 형성을 위해 동박(구리 박막)을 제거하는 공정에도 식각이 이용되며, 이때 염화철(FeCl₃)이 식각액으로 사용된다.
기타 분야
유리 표면에 장식적인 무늬를 새기는 유리 식각(glass etching) 공정에도 식각 기술이 적용된다.
한자어의 동음이의어
한편, 같은 한자 표기 '식각(植角)'은 흙을 깎거나 모래·곡물 등을 쌓을 때 생기는 경사면이 수평면과 이루는 각도, 즉 안식각(安息角, angle of repose)을 뜻하는 별도의 용어로도 사용되므로 문맥에 따라 구분하여 이해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