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피오네 보르게세(Scipione Borghese, 본명 시피오네 카파렐리, 1577년 9월 1일 ~ 1633년 10월 2일)는 이탈리아의 로마 가톨릭 추기경이자 예술 후원자, 미술 수집가이다. 보르게세 가문의 일원으로, 바로크 시대 화가 카라바조와 조각가 잔 로렌초 베르니니의 후원자로 알려져 있으며, 로마의 빌라 보르게세(Villa Borghese)에 미술 컬렉션을 설립한 인물이다.
생애와 배경
시피오네는 교황령(현재 이탈리아 라치오주)의 아르테나에서 프란체스코 카파렐리와 오르텐시아 보르게세의 아들로 태어났다. 아버지가 재정적 어려움을 겪으면서 그의 교육은 외삼촌 카밀로 보르게세가 부담하였다. 1605년 카밀로 보르게세가 교황 바오로 5세로 선출되면서, 시피오네는 신속히 추기경으로 서임되었고 보르게세 성(姓)과 문장을 사용할 권리를 부여받았다.
그는 교황의 조카 추기경(Cardinal Nephew)으로서 교황령의 내부 및 외부 정치를 총괄하는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였다. 바티칸 정부의 실질적인 수장 역할을 맡았으며, 교황청 국가의 총감독, 아비뇽 사절, 라테라노 및 바티칸 대성당의 대사제, 은총의 서명 지사, 볼로냐 대주교 등 수많은 교회 직책을 겸하였다. 각 직책에서 받은 봉급으로 막대한 수입을 올렸는데, 1609년 그의 연간 수입은 약 90,000 스쿠디, 1612년에는 약 140,000 스쿠디에 달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미술 수집과 후원
보르게세 추기경은 조카 추기경으로서 얻은 막대한 부를 바탕으로 당대 유럽에서 가장 큰 미술 컬렉션 중 하나를 조성하였다. 그의 컬렉션은 카라바조, 라파엘로, 티치아노의 작품과 고대 로마 예술품들을 중심으로 시작되었다.
카라바조의 초기작인 <병든 바쿠스>와 <과일 바구니를 든 소년>은 1607년 교황이 미술가 카발리에르 다르피노에게서 압수한 107점의 회화 중의 일부로 그의 소장품이 되었다. 또한 카라바조의 <세례자 성 요한>, <골리앗의 머리를 든 다윗> 등의 후기 종교화도 수집하였다.
베르니니에 대한 후원은 1618년에서 1623년 사이에 집중되었다. 이 기간 동안 베르니니는 빌라 보르게세 장식을 위해 <다비드>(1623)와 신화적 주제의 조각군 등을 제작하였으며, 그 정점은 <아폴로와 다프네>(1623~1625)였다. 이 작품들은 바로크 조각의 초기 걸작으로 평가된다. 1632년에는 베르니니가 보르게세의 대리석 초상 흉상 두 점을 제작하였다.
빌라 보르게세
보르게세 추기경은 로마의 교외에 별장 겸 예술품 보관소인 빌라 보르게세를 조성하였다. 이 건축물은 1613년 건축가 조반니 바산치오의 설계로 착공되어 그의 생애 동안 지속적으로 확장되었다. 현재 이곳의 건물은 갤러리아 보르게세(Galleria Borghese) 미술관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그가 수집한 작품들이 핵심 소장품을 이루고 있다.
교회 건축과 복원 사업
보르게세는 수많은 교회의 복원 및 장식 사업을 후원하였다. 대표적인 사례로 산 크리소고노 성당의 재건(1618~1628)이 있는데, 이는 17세기 초 로마에서 이루어진 교회 재장식 사업 중 가장 비용이 많이 든 프로젝트로 알려져 있다. 또한 산 세바스티아노 푸오리 레 무라 성당의 복원(1607~1614), 산타 마리아 소프라 미네르바의 카파렐리 예배당 장식(1620~1623) 등에도 관여하였다.
사망과 유산
시피오네 보르게세는 1633년 로마에서 사망하여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전의 보르게세 예배당에 안장되었다. 그가 수집한 예술품은 이후 일부가 매각되거나 외교적 선물로 흩어졌지만, 상당수가 갤러리아 보르게세의 소장품으로 보존되어 오늘날까지 전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