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빌』(Sibyls) 또는 『천사로부터 지시를 받은 시빌』은 이탈리아 르네상스 화가 라파엘로 산치오(Raffaello Sanzio, 1483~1520)가 1514년경 로마의 산타 마리아 델라 파체 성당(Santa Maria della Pace)의 키지 예배당(Cappella Chigi)을 위해 제작한 프레스코화이다. 시에나 출신의 은행가 아고스티노 키지(Agostino Chigi)가 성당 내부 장식을 의뢰하여 제작된 작품으로, 예배당 아치 위에 반원형 구도로 그려졌다.
이 프레스코에는 고대의 예언자적 여성인 시빌(Sibyl) 네 명, 즉 쿠마에 시빌, 페르시아 시빌, 프리기아 시빌, 티부르 시빌이 천사들과 함께 그려져 있다. 시빌들은 두루마리나 책을 지니고 있으며, 천사들이 이들에게 신탁을 전달하는 모습으로 표현된다. 프레스코의 바닥 폭은 약 615cm이다.
이 작품은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가 시스티나 성당 천장화에 그린 시빌 인물상과의 연관성 때문에 미술사적으로 주목받아 왔다. 미술사학자 마이클 허스트(Michael Hirst)는 라파엘로의 시빌 인물상과 미켈란젤로의 연습 스케치 사이에 "놀라운" 유사점이 존재한다고 지적하였다. 일부 기록에 따르면 미켈젤로는 라파엘로가 자신의 미완성 작품을 몰래 관찰하고 이를 모방했다고 비난하기도 하였으나, 두 작품의 시빌 표현은 실제로 미켈란젤로의 그것과 뚜렷이 구별되는 특징을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
작품의 현재 소장처는 이탈리아 로마의 산타 마리아 델라 파체 성당이며, 키지 예배당 내 아치 위 벽면에 보존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