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계호(承啓浩, Thomas Kaehao Seung, 1930년 9월 20일 ~ 2022년 2월 19일)는 미국의 철학자이자 문학 평론가이다. 영어 이름은 T. K. Seung으로 알려져 있다.
일제강점기 조선 평안북도 정주군에서 태어났다. 정주중학교에서 서양식 교육을 접하였고, 1947년 북한의 인민위원회 영향권을 피해 몇몇 친구들과 함께 38선을 넘어 월남하여 서울에 정착하였다. 서울고등학교를 거쳐 연세대학교에 입학하였으나 한국전쟁 발발 직후 부산으로 피난하였다.
전쟁 종료 후, 당시 대통령 이승만의 개인 추천으로 미국-한국 재단의 전액 장학금을 받아 1954년 예일 대학교에 입학하였다. 1958년 철학과에서 최우등(summa cum laude) 졸업하였고, 파이 베타 카파에 선출되었다. 이후 예일 로스쿨을 잠시 다녔으나 중퇴하고 철학 박사 과정에 전념하여 1965년 박사 학위를 받았다. 같은 해 줄리어드 음대 출신의 피아니스트 한귀환과 결혼하였다.
1966년 텍사스 대학교 오스틴 철학과 교수로 부임하여 철학, 정치학, 법학을 가르쳤으며, Jesse H. Jones 인문학 석좌교수로 재직하였다. 1988년에는 예일 대학교 동문대학원 최고 영예인 윌버 크로스 메달(Wilbur Cross Medal)을 수상하였다.
승계호의 학문적 관심은 윤리학, 정치철학, 법철학, 대륙철학, 문화해석학, 문학비평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있다. 그는 '문화 주제학'(cultural thematics)이라는 방법론을 개발하였는데, 이는 "문화 전통 속에서 존재론적 주제나 모티프의 끊임없는 상호작용"을 분석하는 접근법으로, 하이데거와 달리 모든 문화가 그 자체로 고유한 존재 구조의 구현이라는 역사주의적 전제에 기반한다.
단테, 칸트, 구조주의, 해석학, 롤스, 플라톤, 니체, 바그너, 괴테 등에 관한 10여 권의 단행본을 저술하였다. 주요 저서로는 《칸트의 선험적 논리학》(Kant's Transcendental Logic, 1969), 《문화 주제학》(Cultural Thematics, 1976), 《구조주의와 해석학》(Structuralism and Hermeneutics, 1982), 《니체의 영혼 서사시》(Nietzsche's Epic of the Soul, 2005) 등이 있다.
그의 아들 승현준(Sebastian Seung)은 프린스턴 대학교 신경과학연구소 및 컴퓨터공학과 교수로, 다른 아들 K.J. Seung은 하버드 의대 교수이자 유진 벨 재단 의료이사로 활동하였다.
2022년 2월 19일, 91세의 나이로 노환으로 별세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