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러리(slurry)는 액체, 일반적으로 물에 고체 입자가 부유되어 있는 혼합물을 가리키는 공학 및 과학 용어이다. 사전적 정의에 따르면 슬러리는 흙에 물이 많이 섞여 유동성이 있는 흙탕물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보다 일반적으로는 액체 속에 밀도가 높은 고체 입자들이 분산되어 있는 상태의 혼합물을 총칭한다.
슬러리의 가장 일반적인 용도는 고체 물질을 운반하거나 광물을 분리하는 수단으로 사용되는 것이다. 이때 액체는 운반체(carrier) 역할을 하며, 원심 펌프(centrifugal pump)와 같은 장치를 통해 이송된다. 슬러리에 포함된 고체 입자의 크기는 1마이크로미터(µm)에서 수백 밀리미터(mm)까지 다양하다. 입자는 특정 이송 속도 이하에서는 가라앉을 수 있으며, 혼합물의 유동 특성에 따라 뉴턴 유체(Newtonian fluid) 또는 비뉴턴 유체(non-Newtonian fluid)의 거동을 보일 수 있다. 또한 혼합물의 조성에 따라 슬러리는 연마성(abrasive) 또는 부식성(corrosive)을 띨 수 있다.
슬러리는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활용된다. 주요 예시는 다음과 같다.
- 시멘트 슬러리: 시멘트, 물, 각종 첨가제를 혼합한 것으로, 석유 산업 등에서 사용된다.
- 토양/시멘트 슬러리: CLSM(Controlled Low-Strength Material)이라고도 하며, 유동성 채움재로 사용된다.
- 석탄 슬러리: 석탄 폐기물과 물, 또는 분쇄된 석탄과 물의 혼합물이다.
- 점토 슬러리(슬립, Slip): 도자기 제조에서 접합, 유약, 장식에 사용되는 점토와 물의 혼합물이다.
- 분뇨 슬러리: 농업에서 비료로 사용되는 동물 배설물과 유기물, 물의 혼합물이다.
- 목재 펄프 슬러리: 제지 공정에서 사용되는 목재 펄프와 물의 혼합물이다.
- 화학-기계적 연마(CMP) 슬러리: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 웨이퍼 표면을 연마하는 데 사용되는 연마제 혼합물이다.
- 라하르(Lahar): 화산 분화 시 화쇄암 물질, 암석 파편, 물이 혼합된 화산성 슬러리이다.
- 슬러리 아이스: 얼음 결정, 빙점 강하제, 물의 혼합물로 냉각용으로 사용된다.
슬러리의 고체 분율(농도)은 질량 기준 또는 부피 기준으로 계산되며, 슬러리 밀도, 고체 밀도, 액체 밀도 간의 관계식을 통해 결정할 수 있다. 광물 처리 분야에서는 물의 비중을 1로 간주하여 계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어원적으로 'slurry'는 중세 영어 'slory'(진흙탕, 걸쭉한 혼합물)에서 유래한 것으로 추정되며, 현대에는 공학, 광업, 농업, 제조업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표준 용어로 자리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