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달러(영어: Spanish dollar)는 1497년부터 스페인 제국에서 발행한 은화로, 8스페인 레알(real de a 8) 주화의 다른 이름이다. 지름 약 38mm의 은화였으며, '여덟 조각(Pieces of Eight)', '페소 데 오초(Peso de Ocho)', '페소 두로(peso duro)' 등으로도 불렸다. 독일의 탈러(thaler)에서 유래한 '달러(dollar)'라는 명칭이 이 주화에 붙여지면서 영어권에서 '달러'라는 화폐 단위의 기원이 되었다.
역사
스페인 달러는 1497년 스페인 제국의 화폐 개혁으로 도입되었다. 초기에는 순은 25.563g(0.9306 순도)을 함유했으며, 이후 1728년과 1772년에 함량과 순도가 조정되었다. 수세기에 걸쳐 수백만 개가 발행되었으며, 특히 멕시코와 페루(포토시) 등 신대륙의 대규모 은광 개발로 대량 생산이 가능했다.
국제적 유통
스페인 달러는 18세기 후반부터 사실상 최초의 국제 통화로 기능했다. 북아메리카, 유럽, 동남아시아, 극동 지역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유통되었다. 특히 마닐라 갤리온 무역을 통해 멕시코의 은이 필리핀 마닐라로 운송되었고, 중국 상품과 교환되면서 동아시아 무역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미국 달러와의 관계
미국 달러는 스페인 달러를 기준으로 설계되었다. 1792년 미국 경화주조법안은 미국 달러의 순은 함량을 24.1g(또는 표준은 27.0g)으로 규정했는데, 이는 알렉산더 해밀턴이 재무부에서 무작위로 선정한 마모된 스페인 달러들의 평균 은 함량을 기준으로 산출한 수치였다. 스페인 달러는 1857년 경화제조법안이 제정되기 전까지 미국의 법정 통화로 사용되었다.
영향
스페인 달러의 규격은 이후 여러 국가의 화폐 단위에 영향을 미쳤다. 미국 달러 외에도 일본 엔, 중국 위안, 필리핀 페소, 캐나다 달러, 홍콩 달러 등 여러 통화가 스페인 달러와 8레알 동전의 규격에 기반하여 설계되었다. 최초의 중국 위안 동전 역시 스페인 달러와 동일한 규격으로 제조되었으며, 이로 인해 중국어에서 '위안(元)'과 '달러'가 같은 의미로 사용되는 결과를 낳았다.
호주와의 관계
1788년 뉴사우스웨일스 식민지 설립 이후 동전 부족 현상이 발생하자, 총독 래클런 매쿼리는 1813년 스페인 달러의 중앙에 구멍을 뚫어 유통시켰다. 구멍이 뚫린 외곽 부분은 '홀리 달러(holey dollar)'로 5실링, 뚫려 나간 중앙 부분은 '덤프(dump)'로 15펜스의 가치를 가졌으며, 이는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유통된 최초의 공식 화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