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안왕대비(順安王大妃, 생몰년 미상)는 고려 태조 왕건(王建)과 그의 제8비인 정목부인(貞穆夫人) 왕씨 사이에서 태어난 공주이다. 성은 왕(王)이며, 본관은 개성(開城)이다. 정목부인의 유일한 소생으로 알려져 있다.
생애 및 기록
《고려사》〈열전〉에 따르면 순안왕대비에 대한 기록은 정목부인의 소생이라는 점 외에는 거의 남아 있지 않다. 그녀가 왕대비(王大妃)에 봉해진 이유나 배우자에 대한 내용도 상세히 알 수 없다. 시호는 순안왕대비(順安王大妃)이다.
고려 태조의 왕녀들 중 왕후가 된 딸을 두거나 왕이 된 아들을 둔 경우 후대 고려 국왕에 의해 추존 왕후가 된 사례가 다수 존재한다. 그러나 순안왕대비는 왕후(后)보다 하위인 비(妃)로 추증되었으며, 그 앞에 '대(大)'자가 부가되어 왕대비(王大妃)로 칭해진 점이 특징적이다.
왕대비 칭호의 의미
고려 초기 '대비' 칭호의 유일한 용례는 성종의 비였던 문화왕후 김씨의 사례에서 확인된다. 문화왕후는 성종의 후비이면서 동시에 현종의 비인 원정왕후의 모후였기에 생전에 태후 아래의 대비로 책봉되었다. 학계에서는 이 사례를 참조하여, 순안왕대비의 손자녀 세대에 국왕 또는 왕후가 존재하여 그녀의 자녀 세대가 추존 국왕·왕후에 비견됨에 따라 자연스럽게 '대(大)'자가 부가된 것으로 추정한다.
배우자 및 가족 관계
순안왕대비의 배우자에 대해서는 기록이 명확하지 않으나, 학계에서는 수명태자(壽命太子)로 추정된다. 수명태자는 태조 왕건과 헌목대부인 평씨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이다. 순안왕대비와 수명태자 사이에는 홍덕원군 왕규(弘德院君 王圭)라는 아들이 있었으며, 손녀로는 목종(穆宗)의 비였던 선정왕후 유씨(宣正王后 劉氏)가 있다.
'순안(順安)'의 의미
'순안(順安)'은 오늘날의 경상북도 영주시(榮州市)를 가리키는 지명으로, 순안왕대비의 시호는 이 지역명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역사적 의의
순안왕대비는 고려 초기 왕실 여성의 추존 체계와 칭호 제도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인물이다. 그녀에 대한 기록이 극히 제한적이라는 점은 고려 초기 역사 기록의 한계를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특히 거란 침입 이후 7대 실록이 소실되고 후대에 다시 실록을 편찬하는 과정에서 현종의 후손들이 의도적으로 기록을 누락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