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몬》(Solomon, HWV 67)은 게오르크 프리드리히 헨델(Georg Friedrich Händel, 1685~1759)이 작곡한 영어 오라토리오이다. 이 작품은 구약성서의 지혜로운 왕 솔로몬에 관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며, 익명의 대본은 현재 영국의 유대계 시인 겸 극작가인 모세 멘데스(Moses Mendes, 1758년 사망)가 쓴 것으로 추정된다. 대본은 성서의 열왕기상과 역대기하를 기반으로, 고대 역사가 플라비우스 요세푸스(Flavius Josephus)가 저술한 《유대인 고대사》(Antiquities of the Jews)의 내용이 추가로 사용되었다.
작곡 및 초연
음악은 1748년 5월 5일부터 6월 13일 사이에 작곡되었다. 초연은 1749년 3월 17일 런던의 코번트 가든 극장(Covent Garden Theatre)에서 이루어졌으며, 주역인 솔로몬 역은 카테리나 갈리(Caterina Galli)가 맡았다. 초연 이후 같은 해에 두 차례 더 공연되었고, 헨델은 1759년에 이 작품을 다시 공연했다.
구성과 줄거리
이 작품은 3막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성서에 기록된 솔로몬 왕의 생애에서 세 가지 주요 사건을 다룬다.
- 제1막: 예루살렘에 성전을 건축하고 봉헌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성경의 솔로몬이 수백 명의 아내와 첩을 두었던 것과 달리, 이 작품의 솔로몬은 한 명의 아내에게 충실하며 그녀에게 궁전을 지어 주겠다고 약속하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 제2막: 성서에서 유명한 두 창녀의 아기 판결 이야기를 다룬다. 솔로몬이 아이를 칼로 둘로 나누겠다고 제안하자, 진짜 어머니가 이를 거부하고 아이를 상대 여인에게 넘기려는 모습을 보고 진짜 어머니를 가려내는 장면이다.
- 제3막: 시바 여왕의 솔로몬 왕국 방문을 다룬다. 솔로몬과 그의 백성들은 시바 여왕을 음악과 화려한 합창으로 맞이하며, 지혜로운 통치자 솔로몬의 이스라엘이 평화와 번영의 황금시대임을 찬미한다.
음악적 특징
《솔로몬》은 당대 기준으로 매우 풍부한 편성의 오케스트라를 요구하며, 플루트, 오보에, 바순, 호른, 트럼펫, 팀파니, 현악기, 통주저음 악기 등이 사용된다. 대규모의 다양한 합창곡 상당수가 일반적인 4성부 대신 8성부(이중 합창)로 작곡된 점이 특징적이다. 제1막의 마지막 합창인 '메이 노 래시 인트루더'(May no rash intruder, 통칭 '나이팅게일 합창')는 플루트가 새소리를 모방하고 현악기들이 세분된 여러 파트로 부드러운 바스락거림 효과를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3막의 서두에 위치한 기악곡 '시바 여왕의 도착'(The Arrival of the Queen of Sheba)은 전체 작품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부분으로, 두 대의 오보에와 현악기를 위해 작곡된 밝고 경쾌한 곡이다. 이 곡은 2012년 런던 올림픽 개막식에서 제임스 본드(대니얼 크레이그 분)가 버킹엄 궁전에서 여왕을 만나러 가는 장면에 사용되기도 했다. '시바 여왕의 도착'이라는 명칭은 토머스 비첨(Thomas Beecham) 경이 붙인 것으로 여겨지며, 그가 1933년 이 곡을 녹음하거나 1955년 오라토리오를 축약·재편곡하여 녹음할 당시 유래한 것으로 추정된다.
역사적 맥락
《솔로몬》은 당대 평론가들에 의해 조지아 시대 영국(Georgian England)에 대한 찬사로 널리 인식되었다. 지혜롭고 공정한 왕 솔로몬이 조지 2세 국왕을, 강력하고 번영한 이스라엘 왕국이 당시의 영국 상황을 반영하는 것으로 여겨졌다. 다만 21세기 연구자들은 솔로몬이 당시 런던 관객들 사이에서 큰 상업적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으며, 그 원인으로 주인공 솔로몬의 복잡하고 모호한 묘사가 지적되기도 한다.
헨델은 1712년부터 런던에 정착하여 이탈리아 오페라 작곡가로서 큰 성공을 거두었으나, 이후 영어 오라토리오 장르로 전환하면서 더 넓은 계층의 청중에게 다가갈 수 있었다. 《솔로몬》은 이러한 영어 오라토리오 전성기의 산물 중 하나로 평가된다.
등장 인물과 주요 녹음
주요 등장인물로는 솔로몬(알토), 솔로몬의 왕비(소프라노), 시바 여왕(소프라노), 사독 대제사장(테너), 레위 사람(베이스), 두 명의 창녀(소프라노·메조소프라노) 등이 있다. 주요 녹음으로는 존 엘리엇 가디너(John Eliot Gardiner) 지휘의 필립스 레코딩(1984년), 폴 매크리시(Paul McCreesh) 지휘의 아르히브 레코딩(1998년), 다니엘 로이스(Daniel Reuss) 지휘의 아르모니아 문디 레코딩(2006년) 등이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