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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멸시효

소멸시효(消滅時效)는 권리자가 재산권을 행사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법률이 정한 일정 기간 동안 권리를 행사하지 않으면 그 권리가 소멸되는 제도이다. 시효(時效)의 한 종류로서, 일정 기간이 경과하면 권리가 소멸하지 않고 존속하는 제척기간(除斥期間)과 대비되는 개념이다.

입법례

대한민국의 구 민법은 일본 민법(제166조~제174조의2)과 마찬가지로 프랑스 민법 제2219조를 본받아 총칙편에서 소멸시효와 취득시효를 통일적으로 규율하였으나, 현행 민법은 독일 민법(제194조 이하, 제937조 이하)과 같이 소멸시효를 총칙편에서 규정하고 취득시효는 물권편에서 규율하고 있다. 이론적으로 두 제도는 요건과 효과에서 차이점이 많아 별개의 제도이므로, 시효취득의 주장 속에 상대방의 청구권이 시효소멸하였다는 주장이 포함된 것으로 볼 수 없다.

소멸시효의 존재 이유

소멸시효 제도가 존재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설명된다. 첫째, 사회질서의 안정을 도모하기 위함이다. 오랜 기간 유지된 사실상태를 법적으로도 존중함으로써 법적 안정성을 확보한다. 둘째, 증거보존의 곤란을 구제하기 위함이다. 시간이 경과하면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서류 등의 보관 및 기록 확인이 어려워지므로, 이를 법적으로 해결할 필요가 있다. 셋째, 권리태만자에 대한 보호가치의 부존재이다. 모든 권리는 정해진 기간 내에 행사되어야 하며, 권리태만자로 인한 사회적 비용의 발생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이다.

비판

소멸시효 제도는 한편으로 인간의 도덕률에 반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빌린 돈을 갚지 않아도 무방하게 되거나 타인의 소유물을 자기의 소유물이라고 주장할 수 있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척기간과의 비교

소멸시효와 제척기간은 모두 일정 기간의 경과로 권리가 소멸한다는 점에서 유사하나, 다음과 같은 차이점이 있다. 소멸시효는 권리 불행사의 사실상태를 이유로 권리가 소멸하며, 기산일에 소급하는 소급효가 있고, 중단·정지 제도가 있으며, 시효완성 후 이익의 포기가 가능하다. 반면 제척기간은 존속기간의 경과 자체를 이유로 권리가 소멸하며, 소급효가 없고, 중단·정지 제도가 없으며, 이익의 포기도 인정되지 않는다. 소멸시효의 기산점은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인 반면, 제척기간은 "권리가 발생한 때"이다.

소멸시효의 요건

소멸시효가 완성되기 위해서는 권리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정 기간 동안 행사하지 않아야 한다. 대한민국 민법 제162조는 "채권은 10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소멸시효가 완성한다"고 규정하고, "채권 및 소유권 이외의 재산권은 20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소멸시효가 완성한다"고 규정한다.

소멸시효의 기간

일반 채권은 10년, 소유권 이외의 재산권은 20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된다. 이 외에도 특별법이나 민법의 개별 조항에 따라 단기 소멸시효가 적용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상행위로 인한 채권은 상법 제64조에 따라 5년간 행사하지 않으면 소멸시효가 완성된다. 또한 민법 제163조는 도급받은 자, 기사, 기타 공사의 설계 또는 감독에 종사하는 자의 공사에 관한 채권, 생산자 및 상인이 판매한 생산물 및 상품의 대가 등에 대하여 3년의 단기 소멸시효를 규정하고 있다.

소멸시효의 중단

소멸시효는 일정한 사유가 발생하면 중단될 수 있다. 대한민국 민법 제168조는 소멸시효의 중단 사유로 재판상의 청구, 압류·가압류·가처분, 승인을 규정한다. 시효가 중단되면 중단된 때까지 경과한 시효기간은 효력을 잃고, 중단 사유가 종료된 때부터 새로이 시효가 진행한다.

재판상의 청구는 권리자가 소를 제기하거나, 시효를 주장하는 자가 원고가 되어 제기한 소송에서 피고로서 응소하여 적극적으로 권리를 주장하는 경우도 포함된다. 승인은 채무자가 권리의 존재를 인식하고 있다는 뜻을 표시하는 것으로, 묵시적인 방법으로도 가능하다. 최고(催告)는 민법 제174조에 따라 시효중단의 효력이 있으나, 그로부터 6개월 내에 재판상 청구 등을 하지 않으면 시효중단의 효력이 상실된다.

소멸시효의 정지

소멸시효의 정지란 시효기간의 진행이 일시적으로 멈추는 것을 말한다. 대한민국 민법은 제한능력자를 위한 정지, 혼인관계의 종료에 의한 정지, 상속재산에 관한 정지, 천재 기타 사변에 의한 정지 등을 규정하고 있다.

소멸시효의 원용

소멸시효의 원용(援用)이란 소멸시효의 완성으로 이익을 받을 자가 시효가 완성된 권리의 소멸을 주장하는 것이다. 소멸시효의 완성 효과에 관하여는 권리가 당연히 소멸한다는 견해(절대적 소멸설)와 권리가 당연히 소멸하지 않고 시효의 이익을 받을 자에게 권리의 소멸을 주장할 수 있는 권리(원용권)가 생길 뿐이라는 견해(상대적 소멸설)가 대립한다. 그러나 어느 견해에 의하더라도 소멸시효의 원용이 있어야 비로소 권리소멸의 효과가 확정적으로 발생한다고 본다. 원용권자는 원용을 하지 않고 시효의 이익을 포기할 수도 있다.

시효이익의 포기

시효이익의 포기란 시효에 의하여 생기는 이익을 받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시하는 단독행위이다. 소멸시효 완성 전의 포기는 인정되지 않으며(민법 제184조), 소멸시효 완성 후의 포기는 유효하다. 시효이익의 포기는 묵시적인 방법으로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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