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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거 (심리학)

심리학에서 소거(消去, extinction)는 학습된 행동이 점진적으로 감소하여 사라지는 현상을 의미한다. 이 개념은 행동주의 심리학의 두 주요 이론인 고전적 조건화(classical conditioning)와 조작적 조건화(operant conditioning)에서 모두 관찰된다.

고전적 조건화에서 소거는 조건 자극(conditioned stimulus, CS)이 더 이상 무조건 자극(unconditioned stimulus, US)과 짝지어 제시되지 않을 때 조건 반응(conditioned response, CR)이 점차 사라지는 과정을 말한다. 대표적인 예시로 이반 파블로프(Ivan Pavlov)의 개 실험에서, 종소리(조건 자극)가 반복적으로 울리지만 음식(무조건 자극)이 뒤따르지 않으면 개는 점차 침을 흘리지 않게 되는 현상을 들 수 있다.

조작적 조건화에서 소거는 이전에 강화되었던 행동이 더 이상 강화 결과를 가져오지 않을 때 그 행동의 빈도가 감소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관심을 얻기 위해 떼를 쓰는 아동에게 더 이상 관심을 주지 않으면 떼쓰는 행동이 점차 줄어들거나 사라진다.

소거의 신경생물학적 기제에 관한 연구는 편도체(amygdala), 해마(hippocampus), 전전두엽 피질(prefrontal cortex) 등의 뇌 구조와 GABA, NMDA와 같은 신경전달물질계의 역할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다. 2010년 아마노(T. Amano), 우날(C.T. Unal), 파레(D. Paré)의 설치류 연구는 조건적 공포 반응의 소거가 중앙 편도체의 공포 출력 뉴런에서의 시냅스 억제와 관련되어 있음을 밝혔다.

소거가 단순히 원래 학습된 연상을 '비학습(unlearning)'하는 것인지, 아니면 원래의 연상을 억제하는 새로운 학습인지에 대해서는 학계에서 논쟁이 지속되어 왔다. 레스콜라-와그너 모델(Rescorla-Wagner model)은 전자의 입장을 대표하며, 코노르스키(Konorski), 피어스와 홀(Pearce and Hall)의 설명은 후자의 입장을 대표한다. 2025년 연구에서는 소거 기반 학습이 원래의 공포 기억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공포 반응을 억제하는 새로운 '안전 기억(safety memory)'을 생성하는 것이라는 이론이 제기되었다.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비롯한 여러 불안 장애는 조건화된 공포 반응의 소거 실패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이해되며, 이에 따라 소거 과정의 신경생물학적 이해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치료법 개발이 모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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