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셋방(貰房)은 세(貰, 빌려 쓰는 대가로 내는 돈)를 내고 빌려 쓰는 방을 뜻한다. 한자어 '세(貰)'와 '방(房)'의 합성어로, 주택의 일부를 임대하여 거주하는 방식을 가리킨다. 주택 한 채의 전부를 세내는 경우는 셋방에 해당하지 않으며, 한 주택의 일부를 빌려 쓰는 제도라는 점에 개념적 특징이 있다.
유형
셋방은 지불 방식에 따라 네 가지로 분류된다.
① 전세방(傳貰房): 일정 금액의 보증금(전세금)을 미리 지불하고 입주하여 거주하다가 퇴거할 때 그 금액을 그대로 돌려받는 방식이다. 실질적인 방세는 입주 시 낸 전세금의 이자에 해당한다. 한국의 셋방 중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형태였다.
② 보증부월세방(保證附月貰房): 보증금을 내고 별도로 매월 월세를 지불하는 방식이다. 월세가 제때 지불되지 않을 경우에 대비하여 월세분의 약 10배 정도의 금액을 보증금으로 내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실질적인 방세는 보증금의 이자와 매월 내는 월세의 합계액이다.
③ 사글세방(朔月貰房): 매월의 월세액을 정한 뒤 1년분 정도의 월세 합계액을 미리 선세(先貰)로 내고, 그 금액을 매달 삭감해 가는 제도이다. 사글세 잔액이 모두 소진되는 달이 계약 만료 시점이 되며, 새로운 계약을 체결하지 않으면 퇴거해야 한다. 계약 기간 내에 퇴거할 경우 남은 잔액을 돌려받을 수 있다. 셋방 중에서 가장 가혹한 조건의 제도로 지적되었다.
④ 월세방(月貰房): 방세를 매월 지불하는 방식이다. 가장 정상적인 임대차 형태이나, 한국의 셋방 현실에서는 오히려 예외적인 경우에 속했다.
이 외에도 일제강점기에는 행랑살이라는 셋방의 변형 제도가 존재했다. 이는 큰 주택의 대문채에 붙은 행랑에 하층 영세민이 세 없이 들어가 살면서, 주인집의 일을 무상 또는 소액 보상이나 음식 제공을 대가로 노동을 제공하고 남는 시간에 행상이나 품팔이를 하는 피용주거제도(被傭住居制度)였다.
역사적 변천
한국에서 셋방 제도가 등장한 것은 근대 이후의 일이다. 조선시대의 여러 법전에는 셋방에 관한 규정이 없으며, 고문서 중에도 많은 토지·가옥 계약문서가 전해지나 셋방에 관한 계약문서는 발견되지 않는다. 이로 미루어 셋방살이는 개항기 이후, 특히 도시로의 인구 집중이 본격화된 1920년대 이후의 현상으로 추측된다.
1930년대 초 만주사변 이후 도시 주택 사정은 악화되기 시작했고, 제2차 세계대전기인 1940년대에는 주택 부족이 극심해졌다. 잡지 《개벽》 제21호(1922년)에는 1920년 당시 서울의 가구 3만 8,982호 중 3분의 1이 넘는 약 1만 4,000호가 행랑살이 가구일 것이라는 논설이 실려 있다.
광복과 6·25전쟁을 전후하여 도시의 셋방살이 가구는 더욱 증가했다. 귀환 동포, 월남 피난민, 농지개혁과 농촌 경제 악화로 인한 이농민 등 복합적 요인으로 대도시 인구가 급증한 반면 주택 공급이 이를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1957년 한국은행 조사에 따르면 당시 서울 총가구 29만 8,840호 중 총 주택 수는 18만 5,289동으로, 부족분인 11만 3,551호가 셋방살이를 한 것으로 추정되었다. 당시 셋방의 구성 비율은 전세 40.5%, 보증부월세 13.5%, 사글세 25.8%, 월세 20.2%였다.
1960년대 이후 산업화는 농촌 인구를 도시로 가속적으로 배출시켰다. 정부는 제2차 경제개발 5개년계획(1967~1971)부터 주택 건설에 역점을 두었고, 1970년대 초부터 본격화된 아파트 건설은 셋방 해소에 기여했다. 그러나 1980년 전국 주택부족률은 36.1%, 서울은 49.2%에 달했다. 1970~1980년대에는 단독주택 일부를 임대하는 '셋방살이'가 서민의 일반적 주거 방식이 되었고, '다세대거주 단독주택'이 보편화되었다.
1988년 제6공화국의 주택 200만 호 건설 정책과 다가구주택 장려 정책을 통해 셋방살이는 점차 해소되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주택보급률은 2008년 100.7%로 100%를 넘었고, 2010년에는 101.9%에 이르렀다.
사회적 의의
셋방은 한국 근현대사의 도시화·산업화 과정에서 주택 부족 문제를 반영하는 중요한 사회적 지표이다. 현재는 주택의 절대적 공급 부족보다는 주택 소유 편중, 주거 비용 급증, 재개발로 인한 원주민의 주거 생존권, 저소득층의 주거 복지권 문제 등이 셋방과 관련된 주요 과제로 남아 있다. 영화·드라마·문학 작품에서 '셋방살이'는 고된 노동, 청춘의 방황, 희망과 절망을 상징하는 배경으로 자주 등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