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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속가곡

세속가곡(世俗歌曲, secular song)은 중세 시기 서양 음악의 한 갈래로, 교회 전례(典禮)와 무관하게 불린 비종교적인 노래를 통칭한다. '세속'이라는 말은 종교적 영역에 속하지 않는 일반적인 세상의 풍속을 뜻하며, 음악사에서 세속가곡은 그레고리오 성가로 대표되는 전례 음악(플레인송)과 대비되는 개념으로 이해된다.

개요

음악사에 있어 중세 시기는 플레인송의 후기 발전, 다성음악의 성립과 성장, 그리고 다수의 세속가곡이 처음으로 작곡된 시기로 설명된다. 세속가곡은 중세 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지만, 현존하는 사본이 매우 드물어 현재 남아 있는 자료는 거의 없다. 세속가곡과 시의 창작 활동은 주로 당시 프랑스와 독일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특성

세속가곡은 플레인송에 비해 양식 면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 플레인송과 마찬가지로 세속가곡은 단성음악(單聲音樂)이었다. 당시의 회화를 보면 세속가곡이 몇 가지 즉흥적인 악기로 반주되었음을 알 수 있으나, 현존하는 사본에는 단일 선율로 된 기보법만이 남아 있다.
  • 플레인송과 달리 세속가곡은 운율적이며, 대부분 3박자로 작곡되었다.
  • 플레인송에 비해 보다 강하고 규칙적인 리듬을 지녔으며, 반복되는 짧은 리듬 패턴을 사용했다.
  • 반복 악절과 후렴을 수반하는 명료한 프레이즈와 악절 구조를 가졌다.
  • 일반적으로 선법적이었으나, 장음계(이오니아 선법)와 단음계(에올리아 선법)를 선호했다.
  • 일반적으로 음절형, 즉 한 음절에 한 음표를 대응시키는 형태를 사용했다.
  • 플레인송이 라틴어로 불린 데 반해, 세속가곡은 대개 각 지역의 자국어로 불렸다.
  • 플레인송에 비해 보다 광범위한 주제를 다루었다.

라틴어 가곡

콘둑투스(conductus)라고 일컬어지는 상당량의 라틴어 가곡이 10세기에서 13세기 초에 걸쳐, 골리아드(goliards)라고 불리는 방랑 학생이나 하급 성직자들에 의해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콘둑투스는 사랑, 예술, 정치적 풍자, 속된 화제, 그리고 플레인송을 익살스럽게 바꾸어 부르는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었다. 대표적인 콘둑투스로는 중세 초기의 「시빌의 노래」(The Song of the Sibyl)가 꼽힌다.

음유시인과 세속가곡의 전파

중세 유럽에서는 하층 사회 계급의 음유시인들이 있었는데, 프랑스에서는 종글뢰르(Jongleurs), 독일에서는 가우클러(Gaukler), 영국에서는 글리맨(Gleemen)이라고 불렸다. 이들은 유럽을 방랑하며 요술이나 카드 속임수, 길들여진 동물의 재주 등을 보여 주고, 다른 사람이 작곡한 노래를 불러 봉건 영주들을 즐겁게 했다. 그들은 시인이나 작곡가는 아니었지만 많은 악보를 보존하고 전파했기 때문에 음악사적으로 중요한 존재로 평가된다.

프랑스의 세속가곡

중세 세속가곡의 대부분은 프랑스의 시인 겸 작곡가인 트루바두르(Troubadours)와 트루베르(Trouvères)라는 두 집단에 의해 만들어졌다. 두 단어 모두 '발견자'라는 뜻이다. 이들은 교육을 받은 교양 있는 귀족 계층으로, 대개 봉건 영주의 성에서 활동했다.

시의 형태

트루바두르와 트루베르의 시는 주제에 따라 다음과 같이 분류된다.

  • 캉소(canso): 사랑의 시
  • 시르방트(sirventes): 풍자시
  • 플랑(planh): 유명인의 죽음에 대한 비탄과 애도의 노래
  • 파스투렐(pastourelle): 흔히 대화 형식으로 된, 기사와 시골 처녀에 관한 노래
  • 샹송 드 투알(chanson de toile): 물레질 노래
  • 에누에그(enueg): 풍자시
  • 오브(aube): 새벽까지 연인들의 망을 보아 주는 친구의 노래
  • 탕소 또는 죄파르티(tenso, jeu-parti): 대화체의 시
  • 샹송 드 제스트(chanson de geste): 서사시적 이야기

샹송 드 제스트 중 가장 유명한 것은 11세기의 「롤랑의 노래」(Chanson de Roland)이다.

음악 형식

세속가곡의 음악 형식은 구조상 다양한 면을 지니며, 후렴이라고 일컬어지는 가사와 선율의 반복 부분이 여러 형식에서 공통적으로 사용되었다.

  • 비를레(virelai): 나중에 다성음악으로 이행된 형식으로, 후렴과 그에 이어지는 반복 구조를 지닌다.
  • 론도(rondeau): 널리 사용된 형식으로, 후렴과 프레이즈가 교차하는 구조를 보인다.
  • 발라드(ballade): 후렴에 론도나 비를레와 비슷한 여러 가지 다른 구조를 취했다.
  • 샹송 드 제스트: 긴 시 전체를 통해 단순한 선율을 반복하는 형태를 취했다.

독일의 세속가곡

프랑스의 트루바두르와 트루베르의 가곡은 12세기에서 16세기까지 독일의 시인 겸 작곡가인 미네징어(Minnesingers)와 마이스터징어(Meistersingers)의 모델이 되었다.

그 밖의 나라들

세속가곡은 프랑스와 독일 이외의 지역에서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 영국: 정착 음유시인인 스콥스(scops)와 떠돌이 음유시인인 글리맨(gleemen)이라는 앵글로색슨 집단이 약간의 가곡을 만들었으나, 현존하는 자료는 거의 없다.
  • 이탈리아: 성모를 찬양하는 비전례적 종교음악인 라우다(lauda)가 이탈리아의 발라타(ballata) 형식으로 작곡되었는데, 이는 프랑스의 비를레에 해당하는 형식이다.
  • 스페인: 이와 유사한 형식인 칸티가(cantiga)로 성모를 찬양했으며, 이러한 구조를 비얀시코(villancico)라고 불렀다.

같이 보기

  • 플레인송(그레고리오 성가)
  • 트루바두르
  • 트루베르
  • 미네징어
  • 중세 음악

출처

  • Hugh M. Miller 저, 《음악사》, Chapter 4, 서울: 삼호뮤직,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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