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의 유해'는 가톨릭교회(천주교)에서 성인으로 공경을 받는 이들의 신체 잔존물(뼈, 혈액, 머리카락 등) 또는 그와 관련된 유물을 지칭하는 용어이다. 한자어로는 '성해(聖骸)'라고 하며, 라틴어로는 '렐리퀴아이(Reliquiae)'라고 한다. 광의로는 성인의 유해뿐 아니라 성인이 생전에 사용한 물품(의복, 묵주 등)이나 성인의 몸에 닿았던 물건을 포함하기도 한다.
이 개념은 실제로 존재하는 종교적·문화적 용어로, 특히 가톨릭 전통에서 오랜 역사를 지닌 관행과 연결되어 있다. 유해를 소중히 모시는 관행 자체는 여러 종교와 문화에서 발견되지만, '성인의 유해'라는 용어는 주로 그리스도교(특히 가톨릭과 정교회)의 성인 공경 전통 안에서 사용된다.
가톨릭 교회에서 성인의 유해를 공경하는 이유는 신학적으로 설명된다. 트리엔트 공의회의 선언에 따르면, 성인들의 유해는 예수 그리스도의 지체였고, 성령의 궁전이었으며, 그리스도로부터 영원한 생명과 영광으로 다시 살아나게 될 몸이기 때문에 공경의 대상이 된다고 한다. 즉, 성인의 육체가 지닌 신앙적 의미 때문에 유해를 공경한다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가장 오래된 성인 유해 공경의 사례로는 기원후 156년경 스미르나의 주민들이 순교자 성 폴리카르포의 죽음에 관해 기록한 편지('마르티리움 폴리카르피', Martyrium Policarpi)에서 찾을 수 있다. 이 기록에 따르면 그의 유해는 대단히 귀중하게 다루어져 안치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공경 관행은 동방교회와 서방교회로 급속히 전파되었다.
동방교회에서는 1084년 콘스탄티노플 공의회에서 성해 공경이 정식으로 인가되었으며, 성인의 유해를 옮기거나 분할하여 다른 교회에 안치하는 관행도 있었다. 서방교회에서는 4세기부터 순교자의 무덤 위에서 미사가 거행되었으며, 787년 제2차 니케아 공의회에서는 모든 교회가 반드시 성해를 모신 뒤 축성하여야 한다고 천명하였다. 이후 16세기 트리엔트 공의회에서 성인 유해 공경의 신학적 토대가 확립·확증되었다.
가톨릭 교회법에 따르면, 성인의 유해 공경은 교회의 공식적인 인정과 허락이 있어야 하며, 추기경이나 주교의 인가 없이 성해를 공경하거나 성해를 사고파는 행위는 금지되어 있다. 성인의 유해는 주로 성당 안에 안치되거나 제대의 성석(聖石) 안에 모셔진다.
한국 가톨릭교회에서도 이 관행이 이어져, 순교 성인들의 유해가 여러 교회와 성지에 안치되어 있으며, 신자들의 순교 신심 고취와 관련된 종교적 의미를 지닌다. 성인의 유해는 성당 제대 축성과 같은 전례 행위에도 중요한 요소로 사용된다.
현대에 이르러 성인 유해에 대한 공경의 중요성은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감소한 측면이 있으나, 여전히 가톨릭 및 정교회 신자들에게 있어서 신앙적 의미를 지닌 중요한 관행으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