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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치미술

설치미술(設置美術, 영어: installation art)은 특정한 실내나 야외 공간에 오브제와 장치를 설치하고, 작가의 의도에 따라 공간을 구성하고 변화시켜 장소와 공간 전체를 하나의 작품으로 체험하게 하는 현대미술의 표현 장르이다. 1970년대 이후 회화·조각·영상·사진 등과 대등한 현대미술의 한 장르로 자리 잡았다.

설치미술의 핵심적 특징은 공간 전체가 작품이 된다는 점에 있다. 감상자는 작품을 밖에서 바라보는 관람자가 아니라, 그 공간 안으로 들어가 보고 듣고 느끼며 체험하는 참여자가 된다. 따라서 감상자의 공간 속 움직임과 감각적 경험이 작품의 의미 형성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비디오 영상, 음향, 조명 등 다양한 매체를 동원하여 공간을 구성하기도 한다.

설치미술은 1970년대에 하나의 독립된 장르로 부각되었으나, 그 기원은 그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마르셀 뒤샹의 '레디메이드(ready-made)'와 쿠르트 슈비터스의 '메르츠(Merz)' 오브제 작업이 설치미술의 선구적 사례로 언급된다. 일본의 구타이 미술협회(Gutai Art Association)가 1954년부터 진행한 이벤트들도 초기 비서구 설치미술의 사례로 꼽히며, 이는 미국의 알란 카프로(Allan Kaprow)와 같은 초기 설치미술가들에게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카프로는 1958년 자신이 변형시킨 실내 공간을 설명하기 위해 '환경(Environment)'이라는 용어를 사용했으며, 이후 '설치(Installation)'라는 명칭이 1969년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특정 미술 형식을 지칭하는 용어로 처음 등재되었다.

설치미술은 일반적으로 박물관·갤러리 등의 실내 공간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많으며, 야외 공간에 설치되는 경우에는 공공미술, 대지미술, 아트 인터벤션 등 다른 명칭으로 구분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들 용어 사이의 경계는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고 서로 겹치는 경우가 많다. 설치미술 작품은 임시적이거나 영구적인 형태 모두로 제작될 수 있으며, 일상적인 재료와 자연 재료에서부터 비디오, 사운드, 퍼포먼스, 가상현실, 인터넷 등 새로운 매체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재료와 기술을 활용한다.

많은 설치미술 작품은 '사이트 스펙시픽(site-specific)' 성격을 지니며, 특정 공간을 위해 설계되어 그 공간 안에서만 존재하도록 만들어진다. 1980년대와 1990년대의 설치미술은 복잡한 건축적 환경, 환경적 장소, 일상적 사물의 광범위한 사용이 결합된 양상으로 발전하였으며, 1965년 비디오 기술의 보급 이후 멀티미디어와 상호작용형 환경으로 확장되기도 하였다. 1980년대 후반부터 관객의 참여에 의해 작품이 활성화되는 '인터랙티브 설치미술'이 등장하였고, 1990년대에 하나의 장르로 확립되었다.

설치미술과 관련된 주요 이론적 논의로는 마이클 프리드(Michael Fried)가 1967년 발표한 논문 「예술과 객체성(Art and Objecthood)」에서 설치미술을 '연극적(theatrical)'이라고 비판한 것이 있으며, 일리야 카바코프(Ilya Kabakov)는 '총체적 설치(total installation)' 개념을 통해 관람자가 작품 속에서 동시에 '희생자'이자 '관람자'가 되는 현상을 설명하였다. 이와 같은 논의들은 설치미술이 관람자의 주관적 체험과 인식을 작품의 핵심 구성 요소로 삼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대한민국에서는 2024년 7월 26일 제정된 미술진흥법 제2조가 미술을 "작가의 사상·감정이나 예술적 경험 등을 회화, 조각, 판화, 미디어아트, 설치미술, 행위예술, 응용미술 등 시각적 매체를 이용하여 표현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어, 설치미술이 법적으로도 공인된 미술 장르의 하나로 인정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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