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면(石綿, Asbestos)은 자연계에서 존재하는 섬유상 규산염 광물의 총칭으로, 사문석이나 각섬석이 섬유질 형태로 변화된 천연 섬유이다. 우리말로는 '돌솜' 또는 '돌섬유'라고도 불리며, 한자어로는 석융(石絨)이라고도 한다.
어원
석면의 영어 명칭 'Asbestos'는 그리스어의 A(부정, 'not')와 sbestos(quenchable, '끌 수 있는/멸하다')가 결합된 것으로, '불멸의 물질' 또는 '끌 수 없는 것'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이는 석면이 불에 타지 않는 성질을 나타낸 것에서 유래하였다.
정의와 물리적 특성
석면은 화학구조가 수정과 같은 결정 구조를 가지는 섬유성 무기물질이다. 섬유를 위상차 현미경으로 관찰할 때 길이 5㎛ 이상이고, 길이 대 폭의 비(Aspect Ratio)가 3:1 이상인 입자상 물질을 석면으로 정의한다. 석면 섬유 한 가닥의 굵기는 대략 머리카락의 5000분의 1 정도이다.
석면은 내구성, 내열성, 내약품성, 전기 절연성 등이 우수하고 가격이 저렴하여 건설 자재, 전기제품, 가정용품 등 다양한 용도로 널리 사용되었다.
종류
석면은 광물학적 분류에 따라 크게 두 계열로 나뉜다.
사문석계(蛇紋石系):
- 백석면(Chrysotile): 화학식 3MgO·2SiO₂·2H₂O. 가장 널리 사용된 종류이다.
각섬석계(角閃石系):
- 갈석면(Amosite): (Fe,Mg)SiO₃ 계열
- 청석면(Crocidolite): Na·Fe(SiO₃)₂·FeSiO₃·H₂O
- 양기석석면(Actinolite): Ca(Mg,Fe)₃(SiO₂)₄·H₂O
- 직섬석석면(Anthophylite): (Mg,Fe)₇Si₈O₂₂(OH)₂
- 투각섬석면(Tremolite): Ca₂Mg₃Si₈O₂₂(OH)₂
사용 역사
석면의 사용은 고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아테네 신전의 금램프 심지로 사용되었고, 로마 웨스터 신전의 '영원의 불'의 심지로도 쓰였다. 또한 냅킨, 여성의 머리 장식, 상류계급의 의복, 황족의 시의(屍衣) 등에도 사용되었다. 기원전 2500년경 핀란드에서는 이미 석면의 존재를 인식하고 있었다.
산업혁명 이후 석면의 방적법이 개량되면서 석면포와 석면지가 대량 생산되었다. 1877년 캐나다 퀘벡 지방과 남아프리카에서 대규모 광맥이 발견되면서 석면 산업이 크게 발전하였다. 특히 제1·2차 세계대전 시기에는 군함, 전차, 군용기 등의 단열재와 방독마스크 필터용으로 수요가 급증하였다. 1966년 세계 석면 생산량은 약 280만 톤, 1975년에는 약 520만 톤에 이르렀다.
용도
석면의 주된 용도는 건축재료로서, 전체 소비량의 약 90%를 차지했다. 이 중 약 50%는 석면 슬레이트 제조에 사용되었고, 나머지는 건재, 지붕, 외벽, 칸막이, 내장재 등에 사용되었다. 그 외에도 차량의 브레이크 라이닝과 클러치 페이싱(약 6.5%), 산업기계(약 2%), 화학설비(0.6%), 수도관(0.4%), 선박 공업(0.1%) 등에 사용되었다.
건강 위험
석면은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지정한 1군 발암물질이다. 석면 가루를 흡입하면 20년에서 40년의 잠복기를 거쳐 폐암, 석면폐(asbestosis), 악성중피종(malignant mesothelioma) 등의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석면 종류에 따라 유해성에 차이가 있어, 백석면보다 갈석면이 더 강하고, 갈석면보다 청석면이 더 유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석면은 체내에서 분해되지 않고 오래 머무르면서 조직과 염색체를 손상시켜 암을 유발할 수 있다. 석면을 20년 이상 취급한 사람의 폐암 발생률은 취급하지 않은 사람보다 약 10배 높으며, 흡연자가 석면에 노출되면 비흡연자보다 폐암 위험이 크게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석면폐는 8~25년, 폐암과 악성중피종은 18~40년의 잠복기가 있는 것으로 보고된다.
규제 현황
석면의 유해성이 밝혀진 이후 전 세계적으로 규제가 강화되었다. 대한민국은 2009년 1월 1일부터 <석면안전관리법> 시행에 따라 석면이 0.1% 이상 함유된 건축자재 등의 제품에 대한 제조, 수입, 사용을 전면 금지하였다. 또한 2012년부터는 공공건물, 학교, 의료시설 등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건축물 석면관리제도를 도입하였다.
유럽연합,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에서는 석면 사용이 법적으로 전면 금지되어 있으며, 석면 해체·제거와 관련한 라이선스 제도가 운영되고 있다. 반면 미국, 중국, 인도, 러시아, 브라질, 카자흐스탄, 태국, 이란, 인도네시아 등에서는 여전히 석면을 사용하고 있다.
대체 물질
석면 사용이 금지되거나 감소하면서 유리섬유, 세라믹 섬유, 폴리올레핀 섬유 등의 대체품 개발이 진행되었다. 다만 유리섬유와 세라믹 섬유 등 일부 인조광물섬유에 대해서도 생체 유해성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어, 대체 물질의 선택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