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별곡(西京別曲)은 고려시대에 지어진 작자 미상의 속요(俗謠)로, 고려가요에 속하는 작품이다. 제목의 '서경(西京)'은 고려시대 평양을 가리키는 지명이며, '별곡(別曲)'은 별도의 곡조로 부르던 노래라는 의미를 지닌다.
전승 및 기록
이 작품은 『악장가사(樂章歌詞)』, 『대악후보(大樂後譜)』, 『시용향악보(時用鄕樂譜)』에 실려 있어 가사와 악곡의 구조를 확인할 수 있다. 작자와 제작 동기에 관한 기록은 남아 있지 않다. 「청산별곡(靑山別曲)」과 더불어 궁중 악장 가운데 대표적인 속악의 하나로, 조선 전기까지 궁중에서 애창되었다. 조선 성종(成宗) 때 구악(舊樂)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유학자들이 '남녀상열지사(男女相悅之詞)'라 하여 산제(刪除)되기도 하였으나, 그 원문이 『악장가사』에 실려 오늘날까지 전한다.
내용
내용은 서경에 사는 여인이 대동강(大同江)에서 임과 이별하는 장면을 중심으로 한다. 화자는 임을 떠나보내는 안타까움과 질투, 그리고 이별을 거부하려는 적극적인 태도를 직설적으로 표현한다. 전반적으로 애절하면서도 강렬한 감정이 드러나는 작품으로 평가된다.
형식
형식상 3음보 율격 구조에 모든 연의 끝에 후렴이 붙는 연장체(聯章體) 가요로, 전형적인 속요의 형태를 보인다. 음악적 측면에서는 『악장가사』에 수록된 형태대로 13연으로 분석되며, 여음과 후렴의 규칙성이 두드러진다. 반면 여음을 제외하고 통사론적으로 분석할 때는 3연의 구조를 가진다.
구조적 특징과 학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따르면, 이 작품은 서경으로 시작되는 제1연, 같은 속요인 「정석가(鄭石歌)」와 사설이 일치하는 제2연, 대동강이 공간적 배경이 되는 제3연으로 구조가 분리된다. 제2연은 이제현(李齊賢)의 「소악부(小樂府)」에도 한역(漢譯)되어 있어, 당대에 널리 유행했던 가요(민요)로 짐작된다. 이에 따라 이 작품이 서경 노래, 당대 유행 민요, 대동강 노래라는 세 개의 민요를 궁중 속악 악곡에 맞추어 합성·조절한 것이라는 견해가 제시되기도 한다.
또한 일부 학자는 각 연의 정조를 중시하여, 제1연과 제3연이 불길 같은 감정의 표출을 담은 여성의 사설이고 제2연이 냉정한 이성의 소리로 된 남성의 사설이라고 보아, 이 작품을 남녀 사이의 대화를 담은 희곡적 구조로 해석하기도 한다. 다만 제2연이 실제로 남성적 정조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된다. 한편 이 작품의 사회적 배경을 『고려사(高麗史)』 세가(世家) 의종(毅宗) 21년 3월조에 보이는 중미정(衆美亭) 역사(役事) 설화처럼 부역(賦役)으로 인한 남녀의 강제적 이별에서 찾는 견해도 있다.
문학사적 의의
「서경별곡」은 「가시리」와 함께 고려가요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꼽히며, 우리 문학에서 이별의 정한(情恨)을 다루는 전통의 한 축을 형성한 작품으로 평가된다. 특히 화자가 사랑을 쟁취하려는 적극적인 태도와 현실적 감정을 숨김없이 드러내는 점에서 특징적인 면모를 보인다. 이 작품은 한국의 고등학교 국어 및 문학 교육과정과 대학수학능력시험 등에 자주 수록되는 고전시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