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정은 한국어에서 여러 한자어에 대응하는 동음이의어로, 사용되는 문맥에 따라 다양한 의미를 지닌다. 표준국어대사전과 한국어 어문 규범 체계에서 널리 인정된 여러 개의 뜻이 존재한다.
1. 상정 (上程, 올릴 상/과정 정) 토의할 안건을 회의 석상에 내어놓는 것을 의미한다. 주로 국회, 지방의회, 이사회 등 공식적인 회의체에서 법안이나 의안을 심의 대상으로 공식 제기하는 절차를 가리킨다. 예를 들어 "국회 본회의에 새로운 법안이 상정되었다"와 같이 사용된다.
2. 상정 (想定, 생각할 상/정할 정) 어떤 정황을 가정적으로 생각하여 단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 상황이 아니라 특정 조건이나 상황을 미리 가정해 두고 판단하거나 논리적 추론을 할 때 사용된다. "최악의 경우를 상정하다", "이 소설은 제3차 세계 대전이 일어난 후의 세계를 상정하고 쓴 것이다" 등의 예문에서 볼 수 있다. 유의어로는 가정(假定), 추정(推定), 전제(前提) 등이 있다.
3. 상정 (常情, 항상 상/정情 정) = 인지상정 (人之常情) 사람이면 누구나 가지는 보통의 인정(人情)을 뜻한다. "따뜻하고 배부른 것을 좋아하는 것은 사람의 상정이다", "자기 동네에 쓰레기 매립지가 건설되는 것을 싫어하는 것은 누구나 가지는 상정이다" 등으로 사용된다.
4. 상정 (詳定, 자세할 상/정할 정) 역사 용어로, 나라의 제도나 관아에서 쓰는 물건의 값, 세액(稅額), 공물액(貢物額) 따위를 심사하고 결정하여 오랫동안 변경하지 못하게 하던 일을 가리킨다. 조선 시대 재정 및 조세 제도와 관련된 역사적 개념이다.
5. 상정 (詳正, 자세할 상/바를 정) 위키낱말사전에는 '상정하다'의 어근으로 등재되어 있으며, 자세하고 바르게 한다는 의미를 지닌다.
이 외에도 '상정'은 음력으로 매달 첫 번째 정일(丁日)을 이르는 말로도 쓰이며, 대개 이날에 연제(練祭)나 담제(禫祭) 등의 제사를 지낸다. 이 경우 '상정(上丁)'에 해당한다. 상정은 이와 같이 다양한 한자 조합에 따라 여러 의미로 사용되는 전형적인 한국어 동음이의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