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리실산(Salicylic acid)은 화학식 C₇H₆O₃을 갖는 유기산으로, 2-하이드록시벤조산(2-hydroxybenzoic acid)이라고도 불린다. 무색 또는 흰색의 고체이며 쓴맛이 나고, 유기 합성과 의약품 제조에 널리 사용되는 물질이다. 유기합성 분야와 피부의약품을 비롯한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중요한 원료로 취급된다.
어원과 역사
'살리실산'이라는 명칭은 라틴어 'salix'(버드나무)에서 유래하였다. 버드나무 껍질에서 최초로 확인·추출되었기 때문이다. 고대부터 버드나무 껍질의 진통·해열 효능이 알려져 있었으며, 기원전 5세기경 히포크라테스가 버드나무 껍질로 만든 가루의 진통해열 작용을 기록한 것으로 전해진다. 고대 수메르, 이집트, 앗시리아의 기록에도 유사한 효능에 대한 언급이 존재한다. 1828년 프랑스의 약학자 앙리 르루(Henri Leroux)가 버드나무 껍질에서 살리신(salicin)을 최초로 추출하였고, 이후 이탈리아의 라파엘레 피리아(Raffaele Piria)가 이를 정제하는 방법을 확립하였다.
화학적 성질
살리실산은 페놀성 수산기(-OH)와 카르복실기(-COOH)를 벤젠 고리에 지니는 방향족 하이드록시산이다. 수용액에서 pH 약 2.4의 강한 산성을 나타내며, 물에 대한 용해도가 제한적이지만 유기용매에 용해되는 특성이 있다. 베타-하이드록시산(BHA)의 일종으로 분류된다.
용도
살리실산은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활용된다.
첫째, 의약품 및 피부관리 제품의 원료이다. 여드름, 백반증, 비듬, 각질, 티눈, 사마귀 등의 피부 질환 치료에 사용되는 많은 피부관리 제품의 주성분으로 쓰인다. 피부 세포의 박리를 촉진하여 모공이 막히는 것을 방지함으로써 여드름 치료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용성 특성으로 인해 모공 속 피지와 잘 결합하여 모공 내부까지 침투하는 성질을 지닌다.
둘째, 아스피린(아세틸살리실산)의 전구물질이다. 1897년 독일 바이엘사의 연구원 펠릭스 호프만이 살리실산의 하이드록시기를 카르복실기와 에스테르화 반응시켜 아세틸살리실산을 합성하였는데, 이것이 최초의 합성 의약품으로 알려진 아스피린이다. 살리실산 자체는 섭취 시 위벽 자극과 설사 등의 부작용이 있으며, 과량 복용 시 치명적일 수 있어 이 부작용을 줄이고자 하는 목적에서 아스피린이 개발된 것으로 전해진다.
셋째, 식물 호르몬으로서의 기능이다. 살리실산은 식물체 내에서 생물학적·비생물학적 스트레스에 대한 방어 반응을 활성화하고 조절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화분과 병원체 감염에 대한 저항에도 관여한다. 식물체 내에서는 페닐알라닌 경로 또는 이소코리스메이트 생합성 경로를 통해 생성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제조
초창기에는 버드나무나 조팝나무속의 메도스위트(Spiraea ulmaria)로부터 살리실산을 얻었으나, 공급량의 한계로 인해 이후에는 페놀을 시작 물질로 하는 화학 합성법이 주로 사용되었다.
안전성 및 주의사항
살리실산은 강한 산성 물질로서 피부에 닿으면 피부를 손상시킬 수 있으며, 눈에 접촉 시 각막에 심각한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 경구 섭취 시 위장 장애를 유발할 수 있으므로 주의가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