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슴여인은 크게 다음 두 가지 의미로 사용되는 말이다.
1. 1983년 발매된 가수 임수정(林秀貞)의 노래
<사슴여인>은 박건호가 작사, 계동균이 작곡한 곡으로, 1983년 5월 30일 임수정의 정규 2집 음반 《사슴여인》의 동명 타이틀곡으로 발표되었다. 작사가 박건호는 임수정의 긴 목과 이슬에 젖은 듯한 눈망울 등이 사슴을 연상시킨 데서 영감을 얻어 이 곡을 지었다고 한다. 장르는 팝과 트로트에 가깝다. 1984년에는 같은 서라벌레코드사 소속이었던 여성 싱어송라이터 장덕이 리메이크하여 자신의 정규 2집 《사랑하지 않을래》에 수록하기도 하였다.
2. 전설 및 신화 속 초자연적 존재
여러 문화권에서 사슴과 여성이 결합된 초자연적 존재에 관한 전승이 발견된다.
가. 한국의 '녹족부인(鹿足夫人)' 전설
한국 전통 문헌에는 '녹족부인'(한자 뜻: 사슴 발을 가진 부인)이라는 인물이 기록되어 있다. 1727년 평양 대성산 광법사(廣法寺)의 사적비(비문 작성자: 이시항)에 따르면, 녹족부인은 얼굴은 사람이나 발이 사슴 모양인 여인으로, 한 번에 아홉 명의 자식을 낳았다. 자식들은 기형아로 여겨져 상자에 담겨 바다에 버려졌고, 이후 중국으로 흘러가 성장하여 한반도를 침략하는 군대를 따라 돌아왔다. 그러나 자신들의 생모가 녹족부인임을 알고 싸움을 멈추고 승려가 되었다고 전해진다. 이들은 '구불(九佛)', 즉 아홉 부처로 불렸다.
《여지도서》(18세기)에는 유사하나 더욱 상세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평안남도 안주 지역에서 녹족부인은 고구려 왕의 어머니로서 한 번에 열두 아들을 낳았고, 이들이 당나라 군대를 이끌고 쳐들어왔으나 녹족부인이 직접 나서 자식들에게 젖을 먹이고 버선을 내리자 그제야 자신들이 녹족부인의 아들임을 깨닫고 항복하여 전쟁을 막았다는 내용이다.
이 전설의 기원은 인도 불교 경전 《잡보장경》(팔만대장경 수록)의 '녹녀부인(鹿女夫人)' 이야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암사슴이 수도자의 정기를 받아 낳은 딸이 왕비가 되어 1,000명의 아들을 낳았으나 버려지고, 이 아들들이 성장하여 본국을 침략하려다 생모임을 알아보고 전쟁을 멈춘다는 줄거리이며, 이 내용이 불교를 통해 중국과 한국으로 전해져 변형된 것으로 추정된다.
나. 북아메리카 원주민 'Deer Woman' 전설
북아메리카 원주민 전설에는 깊은 숲에 살면서 남성을 유혹하는 반인반수(半人半獸)의 '사슴 여자(Deer Woman)'가 전해진다. 상반신은 아름다운 여성이고 하반신은 사슴의 모습을 한 것으로 묘사되며, 자연과 인간 세계 사이의 경계에 존재하는 영적 존재로 여겨진다. 2005년 미국 TV 시리즈 《마스터스 오브 호러(Masters of Horror)》의 에피소드 소재로 사용된 바 있다.
종합
'사슴여인'이라는 용어는 대한민국 대중음악사에서 1983년 임수정의 히트곡 제목으로 가장 널리 알려져 있다. 동시에 동아시아 불교 전통과 한국 고전 문헌에 전승되는 '녹족부인(녹녀부인)' 설화, 그리고 북아메리카 원주민의 'Deer Woman' 전설 등 여러 문화권에서 유사한 형태(사슴과 여성의 결합, 반인반수, 신성 또는 초자연적 존재)의 구비 전승이 존재함을 확인할 수 있다. 한국의 녹족부인 설화는 특히 불교 경전의 녹녀부인 이야기에서 영향을 받아 토착화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