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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브 29 툰난

사브 29 툰난(Saab 29 Tunnan)은 스웨덴의 항공기 제조사 사브(Saab, Svenska Aeroplan Aktiebolaget)가 개발한 단좌(單座) 제트 전투기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스웨덴이 자체 개발하여 운용한 두 번째 터보제트 전투기로, 최초는 사브 21R이었다. 또한 전후 서유럽에서 처음으로 후퇴익(swept wing)을 채택하여 양산한 전투기로 기록된다. "툰난"(Tunnan)은 스웨덴어로 "통(樽, barrel)"을 뜻하며, 독특하게 부풀어 오른 동체 형상에서 유래한 별명이다. 영어권에서는 "The Flying Barrel"(날아다니는 통)로도 불린다.

개발 배경

1945년 말 사브는 자국의 항공 기술이 국제적 수준에 뒤처졌다고 판단하고, "JxR"이라는 프로젝트를 시작하였다. 설계팀은 두 가지 안을 제시했는데, 하나는 미국의 록히드 P-80 슈팅스타를 연상시키는 직선 날개형(R 101, 별명 "시가렌")이었고, 다른 하나는 통형 동체를 가진 설계(R 1001)였다. 후자가 채택되었으며, 당초 직선 날개였으나 독일의 후퇴익 연구 자료가 입수되면서 25도의 후퇴각이 적용되었다. 독일의 후퇴익 공력 자료는 전쟁 종전 직후 스위스로 망명한 메서슈미트 엔지니어들로부터 수집된 것이었다.

동체는 영국의 드 하빌랜드 고스트(de Havilland Ghost) 터보제트 엔진을 중심으로 설계되었으며, 엔진 직경에 맞추어 통처럼 둥글게 부풀어 오른 형상이 되었다. 1948년 9월 1일 첫 비행에 성공하였고, 시험 비행 결과 설계 당시 예상치를 상회하는 성능을 보여주었다. 첫 비행을 수행한 시험 비행사는 "지상에서는 못생긴 오리 새끼, 공중에서는 제비"라고 표현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운용 역사

1951년 5월 스웨덴 공군 브로발라 비행단(F 13)에 첫 양산기가 인도되었다. 사브 29는 총 661대가 생산되어, 사브 역사상 가장 많은 생산량을 기록한 기종이 되었다. 초기 운용 과정에서는 후퇴익 항공기에 대한 경험 부족과 복좌 훈련기가 없었던 탓에 훈련 중 사고로 사망한 조종사가 99명에 달할 정도로 사고율이 높았다.

1954년에는 500km 폐회로에서 977km/h의 세계 속도 기록을 세웠고, 1955년에는 S 29C 정찰형이 1,000km 폐회로에서 900.6km/h의 국제 속도 기록을 수립하였다. 1967년 5월 전투기형은 일선에서 퇴역하였으나, 일부 기체는 훈련 및 표적 견인 용도로 전환되어 1970년대까지 운용되었다. 1976년 8월 스웨덴 공군 창설 50주년 에어쇼에서 공식적인 마지막 군용 비행이 이루어졌다.

콩고 내전 참전

사브 29 툰난은 스웨덴 최초로 실전에 참가한 제트 전투기이다. 1961년 9월 유엔의 군사 지원 요청에 따라, 유엔 콩고 평화유지 작전(ONUC)의 일환으로 콩고 공화국에 J 29B 5기가 파견되었다. 이후 J 29B 4기와 S 29C 정찰기 2기가 추가 파견되었다. 주요 임무는 기관포와 무유도 로켓을 이용한 지상 공격이었으며, 심한 지상 사격에도 불구하고 작전 중 손실된 기체는 없었다. 다만 작전 종료 후 스웨덴으로의 회송 비용이 정당화되지 않는다고 판단되어 일부 기체는 기지에서 의도적으로 폐기되었다.

오스트리아 운용

1961년 1월 스웨덴 정부는 J 29F 15대를 오스트리아 공군에 판매하기로 승인하였다. 1962년에는 추가로 15대의 판매가 승인되었으며, 이 기체들은 기수 좌측에 카메라 포드를 장착할 수 있도록 개조되어 정찰 임무도 수행할 수 있었다. 오스트리아에서는 1955년 국빈 조약의 제약으로 인해 공대공 미사일을 장착하지 못했다. 사브 29는 오스트리아 공군에서 1972년까지 운용되었다. 1964년 10월에는 오스트리아 소속 J 29F 2기가 악천후와 무선 표지 혼동으로 체코슬로바키아 영공을 침범하여 불시착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하였다.

파생형

  • J 29A: 최초 양산형 전투기. 초기형(A:1)은 날개에 다이브 브레이크, 후기형(A:2)은 동체에 다이브 브레이크를 장착.
  • J 29B: 연료 용량을 50% 확대하고 날개 하단에 무장 하드포인트를 추가한 개량형. 공격 부대에 배치될 때는 A 29B로 명명.
  • S 29C: 기관포 대신 카메라를 장착한 사진 정찰형. 무장은 탑재하지 않음.
  • J 29D: 애프터버너 시험용으로 1대의 프로토타입이 제작됨.
  • J 29E: 앞전 도그투스(dogtooth) 형상을 도입하여 임계 마하수를 높인 개량형.
  • J 29F: 애프터버너 장착형으로, J 29B 및 J 29E 기체를 개조하여 생산된 최종형. 1963년부터 전 기체에 AIM-9B 사이드와인더 공대공 미사일(Rb 24) 장착 능력이 부여됨.

주요 제원 (J 29F 기준)

  • 승무원: 1명
  • 전장: 10.23m
  • 전폭: 11.0m
  • 전고: 3.75m
  • 자체 중량: 4,845kg
  • 최대 이륙 중량: 8,375kg
  • 엔진: 스벤스카 플리그모토르 RM2B 원심식 터보제트 (애프터버너 포함, 최대 추력 약 27.6kN)
  • 최대 속도: 1,060km/h
  • 실용 상승 한도: 15,500m
  • 무장: 20mm 기관포 4문, 각종 로켓, 공대공 미사일, 폭탄 등

의의

사브 29 툰난은 스웨덴 항공 산업의 기술적 독립과 발전을 상징하는 기종으로 평가된다. 이후 사브 32 란센(Lansen), 사브 35 드라켄(Draken), 사브 37 비겐(Viggen), 사브 39 그리펜(Gripen)으로 이어지는 스웨덴 국산 전투기 계보의 선두 주자로서, 하나의 기체 설계를 전투·공격·정찰 등 여러 임무에 활용하는 다목적(multi-role) 운용 개념의 초석을 마련하였다는 점에서 역사적 의의를 지닌다. 현재 일부 기체가 여러 박물관에 보존되어 있으며, 소수의 기체는 여전히 비행 가능한 상태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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