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PIVERSE

비상 탈출구

비상 탈출구(非常脫出口)는 화재, 지진 등 비상 상황 발생 시 건물 내부의 주된 출입구를 사용할 수 없을 때 대피할 수 있도록 마련된 특별한 통로 및 출구를 말한다. 영어로는 파이어 이스케이프(fire escape)라고 하며, 비상계단, 비상사다리 등도 이에 포함된다. 일반적으로 건축물 외부에 설치된 계단이나 사다리 형태를 띠며, 간혹 건물 내부에 위치하지만 주 영역과는 분리되어 설치된다.

비상 탈출구는 아파트와 같은 다층 주거 건물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다. 역사적으로는 18세기 후반 영국에서 최초의 형태가 등장하였다. 1784년 영국인 다니엘 마세레스(Daniel Maseres)가 창문에 고정하여 사람이 안전하게 지상으로 내려갈 수 있는 화재 탈출 기계를 발명하였고, 이후 에이브러햄 위벨(Abraham Wivell)이 탈출 슈트를 포함한 변형 디자인을 개발하였다. 최초의 현대식 비상 탈출구는 1887년 미국의 안나 코넬리(Anna Connelly)가 특허를 받았다.

비상 탈출구는 건물 각 층에 설치된 수평 플랫폼과 이들을 연결하는 사다리 또는 계단으로 구성된다. 플랫폼과 계단은 일반적으로 눈, 얼음, 낙엽이 쌓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열린 강철 격자 구조로 되어 있다. 가장 낮은 층에서 지상으로 연결되는 사다리는 고정형이거나 스프링 장착 경첩을 이용해 아래로 흔들리거나 트랙을 따라 미끄러져 내려오는 이동식 설계가 많다. 이는 비상시에는 대피를 가능하게 하면서도 평상시에는 외부인의 무단 접근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다.

대한민국에서는 「건축물의 피난·방화구조 등의 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라 지하층 거실의 바닥면적이 50제곱미터 이상인 층에는 직통계단 외에 피난층 또는 지상으로 통하는 비상탈출구 및 환기통을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비상탈출구의 유효너비는 0.75미터 이상, 유효높이는 1.5미터 이상이어야 한다. 이는 「다중이용업소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에 따른 '비상구'와는 다른 법적 개념으로, 전자는 건축법 규정에, 후자는 소방 관련 특별법 규정에 근거한다.

20세기 중반 이후 화재 감지기, 화재 스프링클러, 개선된 건축 법규, 소방 장비의 기술 발전 등으로 인해 신축 건물에서 외부 비상 탈출구의 설치 비중은 줄어들었다. 그러나 기존 건축물의 안전 기준 충족을 위한 개조 옵션으로 여전히 사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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