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PIVERSE

비버

비버는 설치목(쥐목) 비버과(Castoridae) 비버속(Castor)에 속하는 반수생(半水生) 포유류를 통칭하는 말이다. 비버속에는 아메리카비버(Castor canadensis)와 유럽비버(Castor fiber)의 두 종이 현존하며, 한국어에서는 이들을 통틀어 '비버'라고 부르며 순우리말로는 '바다삵'으로도 알려져 있다. 북아메리카와 유럽, 아시아 일부 지역의 하천·호수·늪지 등 담수 환경에 서식하는 대표적인 설치류로, 전 세계에서 카피바라 다음으로 큰 설치류이다.

분류 및 계통

비버는 포유강 설치목 비버과에 속하며, 비버과의 유일한 현존 속인 비버속에 두 종이 포함된다. 아메리카비버(Castor canadensis)는 북아메리카가 원산지이고, 유럽비버(Castor fiber)는 유라시아 대륙에 분포한다. 두 종은 모두 반수생 생활에 적응한 형태적 특징을 공유하지만, 염색체 수에서 차이(아메리카비버 40개, 유럽비버 48개)를 보여 유전적으로 교배가 어렵다. 화석 기록상 비버류는 약 1,000만 년 전 독일에서 처음 발견되었으며, 이후 베링 육교를 통해 북아메리카로 이동한 것으로 추정된다.

외형적 특징

성체 비버의 몸길이는 60~90cm 안팎이며, 꼬리 길이는 20~44cm 정도이다. 몸무게는 일반적으로 11~32kg 수준으로 개체와 지역에 따라 차이가 크며, 북쪽에 사는 개체가 더 큰 경향이 있다(베르그만의 법칙). 몸 빛깔은 밤색에서 옅은 검은색까지 다양하다. 대표적인 특징으로는 배의 노와 같이 넓적하고 편평하며 비늘로 덮인 꼬리가 있으며, 이 꼬리는 방향 전환과 수영에 활용될 뿐 아니라 수면을 두드려 위험 신호를 보내거나 지방을 저장하는 기능도 한다. 뒷발에는 물갈퀴가 발달해 수영에 유리하고, 앞발은 날카로운 발톱이 있어 굴을 파고 먹이를 다루는 데 쓰인다. 눈에는 투명한 속눈캡풀(순막)이 있어 물속에서도 시야를 확보할 수 있으며, 콧구멍과 귀는 물속에서 닫을 수 있어 잠수에 적합하다. 앞니는 평생 자라며 지속적으로 갈리는데, 지름 수십 센티미터의 나무를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갉아 쓰러뜨릴 수 있는 강한 힘을 지닌다.

서식지 및 분포

비버는 원래 북극 툰드라 남부에서부터 북멕시코 사막 지대, 대서양 연안에서 태평양 연안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분포했었다. 그러나 모피와 카스트로륨(향료 물질)을 얻기 위한 집중적인 포획으로 인해 19~20세기 초에는 많은 지역에서 개체수가 급감하거나 국지적으로 절멸되기도 했다. 이후 보호 및 재도입 노력 덕분에 현재 개체수는 크게 회복되어 자연 분포권 대부분으로 복원된 상태이다. 아메리카비버는 남아메리카 남단의 티에라델푸에고, 핀란드 등 타 지역에도 도입되었으며, 이 중 일부는 생태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침입종으로 간주되기도 한다. 특히 남아메리카 티에라델푸에고에서는 자연 포식자가 없어 빠르게 번식하여 생태계 교란이 우려된다.

행동 및 생태

비버는 주로 야행성이며 해질 무렵부터 이른 아침까지 활동한다. 뛰어난 수영 능력을 갖추고 있어 최대 약 15분간 잠수할 수 있다. 비버는 강이나 하천에 나뭇가지, 돌, 흙, 진흙 등을 쌓아 댐을 만들고, 그로 인해 형성된 연못 중앙에 나무와 진흙으로 보금자리(둥지)를 짓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댐의 길이는 보통 수십 미터 수준이나, 캐나다 앨버타 주의 우드버펄로 국립공원에서 발견된 가장 긴 댐은 약 850m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댐의 주된 목적은 수심을 유지하여 겨울에도 얼지 않는 안전한 서식지를 확보하고, 포식자로부터 몸을 피할 수 있는 깊은 물을 조성하는 데 있다. 물이 흐르는 소리는 비버가 댐을 보수하도록 자극하는 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비버는 수초류와 나무껍질, 나뭇가지, 새싹, 뿌리 등을 먹는 초식성 동물이다. 흔히 물고기를 먹는다고 알려져 있으나 실제로는 물고기를 먹지 않는다. 겨울철을 대비하여 늦가을에 나뭇가지를 수면 아래 진흙에 꽂아두는 방식으로 먹이를 저장하며, 추운 지역에서는 눈과 얼음(캡)이 덮여 이 저장고를 보호한다.

비버는 보통 일부일처제(암수 한 쌍)로 평생을 함께하며, 한 가족이 둥지를 공유하고 새끼는 보통 생후 1~2년가량 부모와 함께 지낸 뒤 독립한다. 임신 기간은 약 60~128일이며 봄에 한 배에 2~8마리의 새끼를 낳는다. 비버는 항문 근처의 샘에서 분비되는 카스트로륨을 이용해 영역 표시를 하고, 꼬리로 물을 두드려 먼 거리의 개체에게 위험을 알리는 등 정교한 의사소통 방식을 갖추고 있다. 주요 천적은 코요테, 늑대, 퓨마(쿠거) 등이며 곰도 기회가 되면 비버를 공격할 수 있다.

생태적 중요성

비버는 '핵심종(keystone species)'이자 '생태계 공학자'로 평가받는다. 비버가 댐을 만들어 조성한 습지와 연못은 다양한 수생생물, 물새, 어류, 수서 무척추동물 등에게 서식지를 제공하여 생물 다양성을 증진시킨다. 또한 댐은 물의 흐름을 지연시켜 토양 침식을 줄이고 홍수를 완화하며, 탄소 격리와 수질 개선에도 기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간과의 관계

비버의 모피는 예로부터 고가의 모피 및 모직 모자 제조에 쓰였으며, 카스트로륨은 향수와 의약품의 원료로 이용되었다. 북아메리카의 초기 정착과 서부 개척은 비버 모피 무역과 밀접한 관련이 있었으며, 허드슨 베이 회사 등이 이 과정에서 큰 역할을 하였다. 한편 비버의 댐 건설로 인한 농경지 침수나 나무 피해 때문에 해충으로 간주되기도 하며, 이를 완화하기 위한 비살생적 장치가 개발되기도 하였다. 비버는 캐나다의 국가 상징 중 하나로 캐나다 동전과 우표에 등장하며, 미국 오리건·뉴욕주의 공식 동물로 지정되어 있다. 공학 관련 기관의 상징으로도 자주 사용되며, 이론 컴퓨터 과학에서는 '바쁜 비버(busy beaver)'라는 용어가 특정 크기의 프로그램 중 가장 많은 출력을 내는 종결 프로그램을 가리키는 개념으로 쓰인다.

보호 현황

과거 남획으로 위기에 처했던 비버는 현재 보호 조치와 재도입 사업 덕분에 개체수가 크게 증가하였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은 아메리카비버와 유럽비버 모두 '관심대상(Least Concern)' 등급으로 분류하고 있다. 다만 서식지 손실과 일부 지역에서의 인간 활동으로 인한 위협 요소는 여전히 존재한다.

둘러보기

더 찾아볼 만한 주제

    전체 문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