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나우모비치 그리보프(러시아어: Влади́мир Нау́мович Гри́бов, 1930년 3월 25일 – 1997년 8월 13일)는 러시아의 이론물리학자이다. 그는 고에너지 물리학, 양자장론, 그리고 강한 상호작용에 대한 레제 이론(Regge theory) 분야에서 연구를 수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생애
그리보프는 1930년 3월 25일 소련 레닌그라드(현재의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태어났다. 1947년 레닌그라드 대학교 물리학과에 입학하여 1952년 우등으로 졸업하였다. 당시의 반유대주의 정책으로 인해 처음에는 성인 대상 야간 학교에서 물리학 교사로 일했으나, 1954년 이오페 물리기술연구소(PTI)에 합류하였다. 이후 그는 1971년 레닌그라드 핵물리연구소(LNPI)의 이론부문 연구자로 활동했으며, 1980년 모스크바의 란다우 이론물리학 연구소에서 교수로 재직하였다. 1990년대에는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중앙물리연구소에서 과학 고문을 지내기도 했다. 1997년 8월 13일 부다페스트에서 사망하였다.
주요 업적
그리보프의 대표적인 과학적 기여는 다음과 같다.
- 포메론(pomeron): 1950년대 후반에서 1960년대 초반, 강한 상호작용 입자를 회절하는 블랙 디스크로 간주하던 당시의 모형이 지닌 비일관성을 지적하고, 상대론적으로 일관된 최대 상호작용을 설명하는 포메론 개념을 도입하였다. 또한 레제온 장론(reggeon field theory)을 정식화하였다.
- DGLAP 방정식: 1971년 레프 리파토프(Lev Lipatov)와 공동으로 심부 비탄성 산란에서의 대수 보정 이론을 개발하였다. 이 연구는 구조 함수의 진화 방정식을 통해 쿼크-글루온 분포 함수를 설명하는 것으로, 섭동적 양자색역학(QCD)의 기초를 마련했다. 이후 구이도 알타렐리, 조르조 파리지, 유리 독시처에 의해 확장되었다.
- 그리보프 모호성(Gribov ambiguity): 비아벨 게이지 이론에서 공변 게이지 고정(covariant gauge fixing)이 완전한 게이지 자유도를 제거하지 못한다는 점을 최초로 지적하였다. 이로 인해 게이지장 위상 공간이 '그리보프 사본(Gribov copies)'이라 불리는 영역들로 나뉘며, 이는 글루온 가둠(confinement) 현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이 밝혀졌다.
수상 및 명예
그리보프는 1971년 소련 과학원의 란다우 금메달을 수상하였다. 1991년에는 사쿠라이 상(J.J. Sakurai Prize)과 알렉산더 폰 훔볼트 상을 수상하였다. 1971년 미국 예술과학아카데미 회원, 1972년 러시아 과학원 통신회원으로 선출되었다.
평가
그리보프는 레닌그라드에서 이론 소립자 물리학의 영향력 있는 학파를 이끌었으며, 레프 란다우, 아르카디 미그달, 이삭 포메란추크와 함께 강한 물리적 직관을 가진 이론물리학자로 평가받는다. 그의 사후 저서로는 《강한 상호작용 입자의 고에너지 상호작용》(Strong Interactions of Hadrons at High Energies, 2008) 등이 출판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