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요
브뤼허의 종탑(네덜란드어: Belfort van Brugge, 프랑스어: Beffroi de Bruges)은 벨기에 브뤼허 중심부의 마르크트 광장(Grote Markt)에 위치한 중세 종탑이다. 이 도시의 가장 두드러진 상징물 가운데 하나로, 과거에는 국고와 시 기록 보관소를 수용했으며 화재나 기타 위험을 감시하는 관측소 역할을 수행했다.
건립과 역사
종탑은 브뤼허가 플란데런 백국의 모직 산업에서 중요한 중심지였던 1240년경에 마르크트 광장에 세워졌다. 1280년에 발생한 파괴적인 화재로 탑의 상부 절반이 대부분 재건되었으며, 이때 시 기록 보관소에 보관되어 있던 문서들은 불길 속에서 유실되었다.
팔각형 상단부는 1483년에서 1487년 사이에 추가되었다. 이후 목조 첨탑이 씌워졌으나 1493년 벼락을 맞아 소실되었고, 재건된 목조 첨탑도 1741년 화재로 다시 소실되었다. 그 뒤 첨탑은 다시 세워지지 않았으며, 이로 인해 건물 높이는 102미터에서 현재의 83미터로 줄었다. 1822년에는 옥상에 고딕 복고 양식의 투조 여장이 추가되었다.
탑의 측면과 뒤쪽에는 옛 시장 건물(할레, Halle)이 있어, 이 종탑은 '할레토런(Halletoren, 시장의 탑)'으로도 불린다. 시장 건물은 폭 44미터, 깊이 84미터 규모의 직사각형 건물로 내부 안뜰을 갖추고 있다.
종과 카리용
탑 안의 종들은 시간, 화재 경보, 근무 시간, 다양한 사회적·정치적·종교적 행사를 알리며 도시 주민들의 일상에 관여했다. 16세기에는 카리용이 설치되어 건반을 통해 종을 연주할 수 있게 되었다. 1604년부터는 일요일, 공휴일, 시장 날에 노래를 연주하는 카리용 연주자를 고용했다는 연간 회계 기록이 남아 있다.
1675년 안트베르펜의 멜히오르 드 하제(Melchior de Haze)가 설계한 35개의 종으로 구성된 카리용이 설치되었다. 1741년 화재 이후 요리스 뒤메리(Joris Dumery)가 제작한 종 세트로 교체되었으며, 그중 26개는 현재까지 사용 중이다. 오늘날에는 총 47개의 종이 있으며 총 무게는 약 27.5톤에 달한다. 종의 무게는 수 파운드에서 정시를 알리는 부르동종(약 11,000파운드)까지 다양하다.
카리용 외에도 "마리아" 또는 "트리옴프클록(Triomfklok, 승리의 종)"이라 불리는 흔들리는 부르동 종이 있으며, 이 종은 왕의 생일이나 특별한 날에만 울린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1999년부터 브뤼허의 종탑은 벨기에와 프랑스의 종루 연속 유산(Belfries of Belgium and France)의 일부로서 유네스코 세계유산 목록에 등재되었다. 또한 2000년에 등재된 브뤼허 역사 지구 세계유산의 핵심 구성 요소이기도 하다.
건축적 특징과 현재의 활용
종탑은 동쪽으로 약 87센티미터 기울어져 있다. 일반인은 입장료를 내고 366개의 좁고 가파른 계단을 올라 83미터 높이의 정상에 도달할 수 있으며, 브뤼허의 파노라마 전망을 감상할 수 있다. 방문객들은 중세 헌장, 인장, 금고가 보관되었던 옛 국고와 카리용을 제어하는 음악 드럼 및 연주용 건반도 관람할 수 있다.
탑은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8시까지 개방하며, 카리용 연주는 매주 수요일, 토요일, 일요일 오전 11시부터 정오까지 진행된다. 인접한 마르크트 광장에서는 매주 수요일 전통 시장이 열린다.
문화적 영향
이 종탑은 2008년 블랙 코미디 영화 《인 브뤼허(In Bruges)》의 중심 소재로 활용되었으며, 2004년 소설 《클라우드 아틀라스(Cloud Atlas)》에서도 언급된다. 미국의 시인 헨리 워즈워스 롱펠로는 시 "브뤼허의 종탑(The Belfry of Bruges)"에서 이 건물의 역사를 다루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