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래드퍼드시티 축구장 화재는 1985년 5월 11일, 잉글랜드 웨스트요크셔주 브래드퍼드에 위치한 밸리 퍼레이드(Valley Parade) 경기장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 사고이다. 이 사고는 잉글랜드 축구 리그(Football League) 3부 리그의 시즌 마지막 경기인 브래드퍼드 시티 AFC 대 링컨 시티 FC 경기 도중 발생했으며, 56명이 사망하고 265명 이상이 부상을 입었다.
배경
밸리 퍼레이드는 1886년에 건설되었으며, 원래는 매닝엄 럭비 풋볼 클럽의 홈 구장이었다. 1903년 브래드퍼드 시티 AFC가 창단된 이후 이 구단의 홈 구장으로 사용되었다. 1908년 브래드퍼드 시티가 잉글랜드 1부 리그로 승격하면서 축구 건축가 아치볼드 레이치(Archibald Leitch)가 주관 스탠드 개축 공사를 맡아 1911년에 완공하였다. 이 스탠드는 5,300명을 수용할 수 있었으며, 언덕 경사면에 위치한 특이한 구조였다.
사고 당시까지도 주관 스탠드는 1911년 완공 당시의 목재 구조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목재 지붕과 바닥 틈새에는 수년간 축적된 쓰레기와 종이류가 쌓여 있었으며, 이에 대한 안전 경고가 여러 차례 제기된 바 있었다. 1984년에는 카운티 위원회 기술자가 화재 위험을 경고하는 서한을 구단에 발송했고, 1985년 3월에는 경기장 개보수를 위해 철강 자재가 반입되기도 했다. 주관 스탠드는 이미 사용 금지 판정을 받은 상태였으며, 시즌 종료 후 철골 구조로 교체될 예정이었다.
경기 당일 상황
1984-85 시즌은 브래드퍼드 시티에게 56년 만의 리그 우승을 안겨준 성공적인 시즌이었다. 시즌 마지막 경기인 링컨 시티 전에서는 주장 피터 잭슨에게 우승 트로피가 수여되는 축제 분위기가 연출되었으며, 시즌 평균 관중 수(6,610명)의 약 두 배에 달하는 11,076명의 관중이 경기장을 찾았다.
화재 발생
경기는 오후 3시 4분에 시작되었다. 오후 3시 44분경, 텔레비전 해설자 존 헬름(John Helm)이 주관 스탠드 G블록에서 작은 불꽃이 관찰된다고 언급하였다. 목격자 진술에 따르면, 호주에서 방문한 관중이 담배꽁초를 바닥 틈새로 떨어뜨렸고, 이로 인해 스탠드 하부에 축적된 쓰레기에 불이 붙은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강한 바람 조건 아래에서 화재는 약 4분 만에 스탠드 전체로 급속히 확산되었다.
목재 구조와 역청질 방수재로 덮인 지붕은 매우 빠르게 연소되었으며, 불타는 목재와 용융 물질이 관중석으로 떨어졌다. 관중들은 경기장 바닥으로 대피하거나 스탠드 후방 출구로 탈출을 시도했다. 그러나 경기 시작 후 잠긴 개찰구와 출입문으로 인해 후방으로 탈출을 시도한 다수의 관중이 희생되었다. 270초 만에 주관 스탠드 전체가 전소되었다.
사상자 및 피해
사망자 56명 중 54명은 브래드퍼드 시티 서포터, 2명은 링컨 시티 서포터였다. 사망자 중 11명은 18세 미만이었으며, 23명은 65세 이상이었다. 최고령 희생자는 구단 전 회장인 샘 퍼스(86세)였다. 대부분의 사망 원인은 연기 흡입이었으며, 일부는 병원 도착 후 사망했다. 265명 이상이 부상을 입었다.
조사 및 후속 조치
사고 직후 올리버 포플웰 경(Sir Oliver Popplewell)이 주재하는 포플웰 조사위원회(Popplewell Inquiry)가 설립되었다. 조사 결과 구단은 스탠드 하부 쓰레기 축적으로 인한 화재 위험에 대해 반복적으로 경고를 받았음에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를 바탕으로 영국 전역의 스포츠 경기장에서 새로운 목재 대형 스탠드 건설이 금지되었고, 안전 기준이 강화되었다.
1987년 법정 소송에서 브래드퍼드 시티 구단에 3분의 2, 카운티 위원회에 3분의 1의 책임이 인정되었다. 이후 154명의 피해자 및 유족에게 보상금이 지급되었다.
영향 및 의의
이 화재는 영국 축구 역사상 최악의 화재 참사로 기록되었으며, 힐스버러 참사, 헤이젤 참사와 함께 1980년대 유럽 축구계의 대표적인 비극 중 하나로 평가된다. 사고는 영국 축구 경기장 안전 기준 강화의 직접적인 계기가 되었으며, 이후 수십 년간 많은 축구장이 현대적으로 재건축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화재 직후 설립된 브래드퍼드 화상 연구소(Bradford Burns Unit)는 이후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화상 치료 연구 기관으로 발전했다. 밸리 퍼레이드 경기장은 재건축을 거쳐 1986년 12월에 재개장했으며, 현재는 25,136석 규모의 전좌석 경기장으로 운영되고 있다. 희생자들을 기리는 추모비와 추모 조형물이 경기장과 브래드퍼드 시청 앞에 설치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