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은 짐승의 털을 추려 모아 원추형으로 만들어 대나무 관(竹管) 또는 나무 축(木軸)에 고정시킨 서화용구(書畫用具)로, 문방사우(文房四友)의 하나이다. 먹을 머금고 종이 위에 글씨를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데 사용된다.
기원 및 역사
붓의 기원에 대해서는 중국 진(秦)나라의 장수 몽염(蒙恬)이 기원전 3세기경 처음 만들었다는 전승이 있으나, 이는 기존에 있던 붓을 개량한 것이라는 설도 있어 정확한 기원은 단정하기 어렵다. 한반도에서는 창원 다호리 유적에서 기원전 1세기경의 양두필(兩頭筆)이 출토되어, 늦어도 기원전부터 붓이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중국에서는 장사(長沙)에서 기원전 3세기경의 붓이 출토된 바 있으며, 은허(殷墟) 유적의 백색 도편에서도 묵서(墨書) 흔적이 발견되어 3500년 전부터 모필 형태의 도구가 존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명칭의 유래
'붓'이라는 우리말은 한자 '筆'의 상고한어 발음 *p.rut에서 유래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천둥' 등과 같이 매우 오래 전에 차용된 외래어로, 후대에 한자음 '필(筆)'이 따로 유입되었다.
형태와 구성
붓은 크게 세 부분으로 이루어진다.
- 축(軸): 붓대(필관)로, 대나무가 가장 좋은 재료로 여겨진다. 자단(紫檀), 대모(玳瑁) 등 다양한 재질이 사용되기도 하였으며, 남원과 전주의 대나무가 특히 유명하다.
- 수(穗): 붓촉(필두)으로, 동물의 털을 모아 만든다. 털 끝 부분의 긴 털을 명모(命毛) 또는 전호(前毫)라 하고, 그 아래 붓촉 안쪽의 짧은 털을 부호(副毫)라 한다.
- 초(鞘): 붓뚜껑(필모)으로, 붓촉을 보호한다.
재료
붓촉의 재료로는 족제비꼬리털(황모, 黃毛), 날다람쥐털(청모, 靑毛), 양털(양호, 羊毫), 노루털(장액, 獐腋), 여우털, 토끼털, 이리털, 사슴털, 호랑이털, 쥐수염, 말털, 개털 등 다양한 동물의 털이 사용된다. 털의 강함과 부드러움을 겸비하기 위해 두 가지 이상의 털을 섞어 쓰기도 한다. 이 외에도 죽필(竹筆, 대나무 붓), 고필(藁筆, 짚 붓), 갈필(渴筆, 거친 붓) 등이 있다.
좋은 붓의 조건 (사덕, 四德)
전통적으로 좋은 붓은 다음 네 가지 조건(사덕)을 갖추어야 한다고 여겨진다.
- 첨(尖): 붓끝이 뾰족할 것
- 제(齊): 털이 가지런할 것
- 원(圓): 둥글게 정리되어 갈라지지 않을 것
- 건(健): 탄력이 있어 튼튼할 것
한국의 붓
한국에서는 족제비털로 만든 황모필(黃毛筆)이 특히 유명하며, 중국 문헌에는 낭미필(狼尾筆), 서랑모필(鼠狼毛筆) 등으로 기록되었다. 조선 시대에는 『경국대전(經國大典)』에 필장(筆匠) 8명을 경공장(京工匠)으로 두었다는 기록이 있다. 현대에는 강원도 춘천 지역의 전통 붓 제작 기술이 강원특별자치도 무형유산으로 지정되어 보존·전승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