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청사기 상준(粉靑沙器 象尊)은 조선시대 국가 제례에서 사용된 제기(祭器)의 하나로, 분청사기로 제작된 상준(象尊)을 가리킨다. '상준'은 한자로 象(코끼리 상)과 尊(술그릇 준)을 써서, 코끼리 문양을 새기거나 코끼리 형태로 만든 술동이를 의미한다. 국가 제사에서 신령에게 올리는 술이나 제사 참석자들이 나누어 마시는 술을 담는 용도로 사용되었다.
역사적 배경
조선 초기 국가 제례에서는 원칙적으로 금속(청동, 유기)으로 제기를 제작하는 것이 관례였다. 그러나 15세기 세종 연간에 명나라의 잇따른 공물 요구로 인해 금속이 부족해지면서, 분청사기로 제기를 대체하여 제작한 사례가 나타났다. 분청사기 상준은 이러한 배경에서 제작된 대표적인 분청사기 제기 가운데 하나이다. 분청사기 제기는 유기나 목기 제기와 달리 독특한 문양과 도자기 특유의 미감을 지닌다.
형태와 종류
조선시대 전례서에는 두 가지 유형의 상준이 기록되어 있다. 『세종실록』 「오례」 길례서례(吉禮序例)의 제기도설(祭器圖說)에는 표면에 코끼리를 새겨 넣은 바리(사발) 모양의 상준이 수록되어 있다. 이 유형은 북송대의 『사림광기(事林廣記)』에 수록된 내용을 계승한 것으로, 기구(器口)의 지름이 약 33cm, 밑바닥 지름이 약 24cm, 받침다리 높이가 약 6cm로 기록되어 있다.
한편 성종대의 『국조오례서례(國朝五禮序例)』와 정조대의 『춘관통고(春官通考)』에는 코끼리 동물 모양의 상준 그림과 규격이 수록되어 있다. 이는 남송대 주희(朱熹)의 『소희주현석전의도(紹熙州縣釋奠儀圖)』를 계승한 것으로, 무게가 약 6.6kg, 코끼리 발까지 합한 높이가 약 21cm, 몸체 내부 깊이가 약 15cm로 기록되어 있다.
용도
상준은 희준(犧尊, 소 모양 또는 소 문양의 술그릇)과 함께 봄과 여름 제사에 사용되었다. 봄·여름의 큰 제례(오향제)에 상준 2병이 진설되었는데, 한 병에는 오제(五齊) 중 범제(泛齊)·예제(醴齊)·앙제(盎齊) 등의 술을 담았고, 다른 한 병에는 삼주(三酒) 중 명수(明水, 달밤에 거울로 달을 비춰 맺힌 이슬을 모은 물)를 담았다.
제작 시기와 소멸
분청사기 상준의 제작 시기는 15세기 전반으로 비교적 짧았다. 15세기 말엽 관요(官窯)에서 백자(白瓷)로 제기를 제작하기 시작하면서 분청사기 제기는 점차 사라졌다. 이로 인해 현존하는 분청사기 상준은 희귀한 유물로 평가된다. 현재 국립중앙박물관, 삼성미술관 리움, 경기도자박물관 등에 관련 유물이 소장되어 있다.
재질
분청사기 상준의 재질은 분청사기(粉靑沙器)이다. 분청사기는 회색 또는 회흑색 태토 위에 백토(白土)로 표면을 분장(粉粧)한 뒤 유약을 입혀 구운 자기를 말한다. 다만 조선시대 상준은 분청사기 외에도 백자, 유기(놋쇠) 등 다양한 재질로도 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