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헤미아니즘(Bohemianism)은 사회의 관습과 규범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분방한 생활 방식을 추구하는 사회문화적 태도 및 생활양식을 가리킨다. 주로 예술가, 작가, 지식인, 음악가 등 창작 활동에 종사하는 사람들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왔으며, 물질주의와 사회적 위계질서에 대한 반발, 창의성과 개성의 중시, 자발적 빈곤의 수용 등을 특징으로 한다.
어원
'보헤미안'(Bohemian)이라는 용어는 15세기 프랑스에서 유래하였다. 당시 프랑스인들은 유랑 민족인 로마인(집시)을 '보엠'(bohémien)이라고 불렀는데, 이는 이들이 중앙유럽의 보헤미아 지역(현재의 체코 공화국 서부) 출신이라는 잘못된 믿음에 기반한 것이었다. 로마인들의 유랑하는 생활 방식, 창의성, 빈곤 등의 이미지가 이후 예술가들의 생활 방식과 결합되면서 '보헤미안'이라는 용어는 점차 비관습적인 삶을 사는 예술가와 지식인을 가리키는 말로 의미가 확장되었다.
역사적 배경
보헤미아니즘은 1830년대 프랑스 파리에서 본격적으로 하나의 하위문화로 자리 잡았다. 당시 파리의 라탱 지구(Latin Quarter)와 몽마르트르 지역에는 가난하지만 예술적 열정을 가진 젊은 예술가, 작가, 학생들이 모여 살면서 기성 부르주아 사회의 가치관에 반대하는 독특한 공동체를 형성하였다.
프랑스 소설가 앙리 뮈르제(Henri Murger)는 1845년부터 발표한 단편 소설집 《보헤미안 생활의 풍경》(Scènes de la vie de Bohème)을 통해 보헤미안의 삶을 낭만적으로 형상화하였고, 이 작품은 이후 자코모 푸치니(Giacomo Puccini)의 오페라 《라 보엠》(La Bohème, 1896)의 원작이 되었다. 뮈르제는 서문에서 보헤미안을 "일정한 직업이 없는 예술가, 작가 또는 세상에 등을 돌린 사람"으로 규정하였다.
보헤미아니즘은 이후 유럽 전역과 미국으로 확산되었다. 미국에서는 1850년대 뉴욕의 그리니치빌리지를 중심으로 월트 휘트먼(Walt Whitman) 등이 참여한 보헤미안 그룹이 형성되었고, 20세기 중반에는 비트 세대(Beat Generation)와 1960년대 히피 운동에 영향을 주었다.
주요 특징
보헤미아니즘의 핵심 가치는 다음과 같이 요약될 수 있다. 첫째, 물질적 성공과 사회적 지위보다 예술적 창의성과 자기 표현을 우선시한다. 둘째, 사회의 관습적 규범(의복, 결혼, 직업 등)을 거부하고 자유로운 생활 방식을 추구한다. 셋째, 자발적 빈곤이나 검소한 생활을 예술적 정체성의 일부로 수용하기도 한다. 넷째, 공동체 생활과 상호 지원을 중시한다.
현대적 영향
보헤미아니즘은 20세기 후반 이후 패션, 음악, 문학 등 다양한 문화 영역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쳐 왔다. 패션에서는 '보헤미안 스타일'(boho style)이라는 이름으로 에스닉한 요소, 빈티지, 자연 친화적인 소재 등을 활용한 자유분방한 스타일이 유행하였다. 또한 2000년대에는 데이비드 브룩스(David Brooks)가 '보보스'(Bobos, Bourgeois Bohemians)라는 개념을 제시하며 부르주아의 경제력과 보헤미안의 감성이 결합된 새로운 계층의 등장을 분석하기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