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문법(普遍文法, Universal Grammar, 약칭 UG)은 언어학, 특히 생성문법 이론의 핵심 개념이다. 모든 인간이 (언어 장애가 없는 한) 선천적으로 보편적인 언어 기능(faculty of language)을 갖추고 있으며, 모든 자연언어가 이러한 보편적 문법 원리에 의해 설명될 수 있다고 보는 이론이다. 미국의 언어학자 노엄 촘스키(Noam Chomsky)가 1957년 저서 《Syntactic Structures》에서 본격적으로 제창하였다.
보편문법에서 말하는 '문법'은 좁은 의미의 통사 규칙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음운론, 의미론 등 언어를 다루는 모든 규범을 포괄하는 넓은 의미의 개념이다. 영어에서는 이 이론 자체를 대문자 Universal Grammar(UG)로 표기하고, 연구 대상으로서의 보편문법은 소문자 universal grammar로 구분하여 나타내기도 한다.
이론적 배경
생성문법에서 언어는 인간의 존재와 분리되어 객체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사고 속에 존재하는 내재언어(I-language)로 이해된다. 인간이 언어를 습득하기 위해서는 외부로부터 적절한 언어 자극(PLD, Primary Linguistic Data)이 필요하다. 그런데 언어 자극에는 말실수, 불완전한 문장 등 질 낮은 데이터가 많이 포함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는 비교적 짧은 기간 안에 완전하고 풍부한 문법 체계를 습득한다. 이는 획득된 출력(문법)이 입력(PLD)보다 질적으로 풍부하다는 인식론적 문제, 즉 '플라톤의 문제'로 알려져 있다. 보편문법 이론은 이러한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언어를 습득하려는 아이의 뇌 속에 선천적인 시스템(언어 기능)이 심적 기관으로서 존재한다고 가정한다. 이 선천적 기관, 즉 언어 기능의 초기 상태(initial state)에 대한 이론이 바로 보편문법(UG)이며, 이 초기 상태 자체는 언어습득장치(LAD, Language Acquisition Device)라고도 불린다.
원리와 매개변인 접근
촘스키의 '원리와 매개변인(Principles and Parameters)' 접근에서 보편문법은 유한개의 보편적인 원리와 그에 부수되는 가변적인 매개변인으로 구성된다고 본다. 매개변인은 UG의 원리에 부수되는 이산적인 스위치와 같은 것으로, 초기 상태에서는 고정되어 있지 않으며 언어 습득 과정에서 언어 자극에 따라 특정 값으로 고정된다. 개별 언어 간의 변이는 이 매개변인 값의 차이로 환원될 수 있다. 이 가설이 옳다면, 인간의 언어 습득 과정은 유한개의 매개변인 설정(과 어휘 습득)의 과정으로 설명될 수 있으며, 개별 언어의 문법은 무한한 변형을 지니지 않고 UG에 의해 제한된 범위 내에서만 변이를 나타낸다.
이론의 변천
초기 생성문법에서는 무한한 문법 중에서 가능한 문법을 골라내는 평가 척도가 보편문법을 구성한다고 여겨졌다. 그러나 다양한 개별 언어에 대한 기술이 진행됨에 따라, 기술적 타당성(descriptive adequacy)은 만족되지만 설명적 타당성(explanatory adequacy)은 충족되지 못하는 긴장 관계가 발생하였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언어의 가변 부분이 무한하지 않다는 사고방식이 도입되었고, 이는 보편문법 이론의 내실에 큰 전환을 가져왔다. 이후 이 이론은 지배결속이론(Government and Binding Theory)을 거쳐 최소주의 프로그램(Minimalist Program)으로 발전해 왔다.
비판과 논쟁
보편문법 이론은 언어학계 내에서 지속적인 논쟁의 대상이 되어 왔다. 인지언어학이나 기능주의 언어학 진영에서는 언어가 선천적이고 독립적인 생득적 기관에 기반한다는 가정 자체에 동의하지 않으며, 언어 습득이 일반 인지 능력과 사용 기반(usage-based) 학습을 통해 이루어진다고 주장한다. 또한 세계 언어들의 다양한 문법적 특성이 보편문법만으로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편문법은 현대 이론 언어학, 특히 생성문법 전통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개념 중 하나로 자리잡고 있으며, 제2언어 습득 연구, 언어 유형학, 신경언어학 등 다양한 분야에 학문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