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르네오수염돼지(학명: Sus barbatus)는 멧돼지과 멧돼지속에 속하는 포유류의 일종이다. '순다수염돼지' 또는 간단히 '수염돼지'라고도 불린다. 1838년 독일의 동물학자 요한 프리드리히 폰 뮐러(Johann Friedrich von Müller)에 의해 처음 학계에 보고되었다.
분류 및 형태
가장 두드러진 외형적 특징은 얼굴의 코와 뺨 주변에 빽빽하게 자란 수염 모양의 털이며, 이로 인해 '수염돼지'라는 명칭이 붙었다. 꼬리 끝에 술장식(tassel)이 있는 경우도 있다. 몸길이는 약 120~150cm, 어깨높이는 약 70~85cm, 몸무게는 60~150kg에 이른다. 일반적인 멧돼지(Sus scrofa)와는 별개의 종이다.
2종의 아종이 알려져 있다.
- S. b. barbatus (원명아종) — 보르네오섬 및 말레이 반도
- S. b. oi (서부보르네오수염돼지) — 수마트라섬
과거에는 팔라완수염돼지(Sus ahoenobarbus)가 보르네오수염돼지의 아종으로 분류되기도 하였으나, 유전적·형태학적 차이에 근거하여 현재는 별도의 종으로 간주되는 추세이다.
서식지 및 분포
동남아시아의 수마트라섬, 보르네오섬, 말레이 반도, 그리고 술루 제도의 여러 작은 섬(타위타위섬 등)에 분포한다. 주로 열대우림과 맹그로브 숲에 서식한다. 강한 유영 능력을 갖추고 있어 보르네오와 수마트라의 큰 강들도 쉽게 건널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생태 및 행동
가족 단위로 무리를 지어 생활한다. 대규모 이동(mass migration)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며, 이는 열대우림 내 과일 결실 주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생후 18개월 이후에 번식이 가능하며, 멧돼지과의 다른 종들과 교잡이 가능하다. 잠재적 포식자로는 동칼리만탄 지역의 그물무늬비단뱀 등이 보고된 바 있다.
인간과의 관계
보르네오섬 북부의 카다잔두순(Kadazan-Dusun), 무루트(Murut), 룽구스(Rungus) 원주민들 사이에서는 이 돼지의 훈제 고기(시날라우 바카스, sinalau bakas)가 전통 간식으로 소비되며, 판보르네오 하이웨이 도로변에서 판매되기도 한다.
보전 상태
국제자연보전연맹(IUCN) 적색 목록에서 취약(Vulnerable, VU) 등급으로 분류되어 있다. 주요 위협 요인으로는 기름야자 농장, 펄프wood 재배, 광업으로 인한 산림 파괴와 2020년경부터 확산된 아프리카돼지열병(African swine fever)으로 인한 개체군 급감이 꼽힌다.
동물원 사육 현황
샌디에이고 동물원은 서반구에서 최초로 이 종의 번식에 성공한 동물원이다. 유럽과 미국의 여러 동물원에서 사육되었으나, 2024년 2월 28일 베를린 동물원에서 유럽 내 마지막 개체였던 '네오(Neo)'의 폐사가 발표되면서 현재 유럽 동물원에서는 이 종을 더 이상 보유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