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신춤(病身춤)은 대한민국 경상남도 밀양 지방에 전해지는 전통 민속춤이다. 하층 농민들이 지배계층인 양반의 신체적 부자유를 흉내 내어 풍자하는 모방춤으로, 해학과 풍자를 통해 계급 사회의 불합리를 비판하고 평등을 염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유래 및 배경
병신춤은 조선 중엽 임진왜란 이후 민중의식이 높아지면서 탈춤, 농악 등 민중예술 발달과 함께 자연 발생적으로 유래된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경상남도 밀양 지방에서는 음력 7월 중순 백중(百中, 머슴날)에 머슴들이 농신제를 지내고 양반을 흉내 내는 양반춤, 병신춤, 북춤 등을 추었다. 이 시기는 양반과 천민 간 신분 차별이 심했던 때로, 서민들은 놀이판에서 풍물을 치고 가무하는 가운데 양반을 풍자한 병신춤을 추었다.
내용 및 구성
병신춤에는 다양한 표현 방식이 존재한다. 주요 유형으로는 뼈다귀춤, 난쟁이춤, 중풍쟁이춤, 배불뚝이춤, 꼬부랑할미춤, 떨떨이춤, 문둥이춤, 곱사춤, 히줄대기춤, 봉사춤, 절름발이춤, 해골병신춤, 얼굴병신춤, 곰배팔이춤, 오리발춤, 뻗정다리춤, 안짱다리춤, 엉치춤(엉덩이춤) 등이 있다. 이러한 동작들을 단독 또는 복합적으로 활용하여 익살스러운 움직임을 만들어낸다. 영남 지역 탈춤판에서는 〈문둥북춤〉과 〈병신양반춤〉이 극중 인물로 유형화되었고, 서울·경기 지역의 산대놀이에서는 〈옴중춤〉·〈언청샌님춤〉·〈취발이춤〉 등에서 병신춤이 추어졌다. 황해도 봉산탈춤·강령탈춤·은율탈춤에는 째보양반과 입비뚤이 도령춤이, 함경도 북청사자놀음에는 곱사춤이 포함되어 있다.
반주 음악은 정해진 형태가 없으며, 일반적으로 풍물이나 삼현육각에 맞춰 자진모리장단이나 타령장단으로 연행된다. 혼자 또는 여러 사람이 함께 출 수 있다.
현대적 전승과 논란
1970년대 이후 병신춤을 널리 알린 인물은 일인창무극(1인 창작 판소리 극)을 창안한 판소리 명창이자 민속 무용가인 공옥진(孔玉振, 1931~2012)이다. 그녀는 봉사춤, 곱사춤 등 다양한 병신춤과 동물을 모방한 춤을 무대에 올려 대중의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장애인을 모독한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공옥진은 이후 병신춤 연행을 중단하고 일인창무극의 계승과 발전에 주력하였다.
2001년에는 서울 대학로에서 한 극단이 공연한 병신춤이 장애인 차별적이고 불쾌감을 준다는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한국장애인권리연구소는 예술에서 표현의 자유는 중요하지만 소외된 대상을 조롱하는 방식은 문제이며, 장애인을 모욕하는 한국 사회의 낡은 관습을 지적했다.
의의 및 가치
병신춤은 과거 회갑잔치나 마을 축제에서 즉흥적으로 추어지며 웃음을 유발하던 춤이었으나, 현대 사회에서는 인권 문제와 관련하여 바람직하지 않게 여겨져 점차 소멸하고 있는 춤이기도 하다. 학계에서는 병신춤이 겉으로는 병신 흉내를 내지만 내면적으로는 지배계층에 대한 저항적 해학이며, 신체적 불구를 조롱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불구일지라도 정상인 못지않게 살아갈 수 있다는 의지를 표현한 민중문화적 가치를 지닌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밀양백중놀이는 1980년 국가무형유산(당시 국가무형문화재)으로 지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