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틀리 아르나지(Bentley Arnage)는 영국의 고급 자동차 제조사 벤틀리 모터스(Bentley Motors)가 1998년부터 2009년까지 생산한 풀사이즈 럭셔리 세단이다. 차명인 '아르나지(Arnage)'는 프랑스 르망 24시 레이스 서킷의 코너 이름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르나지는 1980년부터 생산되던 롤스로이스 실버 스피릿/벤틀리 뮬산 계열의 후속 모델로 개발되었으며, 롤스로이스 실버 세라프(Silver Seraph)와 플랫폼을 공유한다. 1998년 봄에 두 모델이 동시에 출시되었으며, 이는 두 브랜드가 1980년 이후 처음으로 선보인 완전 신규 설계의 차량이었다.
초기 모델(1998~2000년식)에는 BMW의 M62B44 V8 4.4L 가솔린 트윈터보 엔진이 장착되었으며, 이 엔진은 코스워스(Cosworth)가 개발에 참여하였다. 변속기는 ZF 5단 자동변속기가 조합되었다. 그러나 1998년 롤스로이스와 벤틀리의 인수전에서 폭스바겐 그룹이 벤틀리를 인수하고 BMW가 롤스로이스 브랜드를 가져가면서, BMW의 엔진 공급 중단 위협이 발생하였다. 이에 폭스바겐은 1999년 10월부터 기존 벤틀리 터보 R 등에 사용되던 롤스로이스 L시리즈 V8 6.75L OHV 가솔린 싱글터보 엔진을 탑재한 '레드 라벨(Red Label)'을 출시하였다. BMW 엔진을 탑재한 기존 모델은 '그린 라벨(Green Label)'로 구분되었으며, 그린 라벨은 총 7대만 생산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2년에는 페이스리프트를 거쳐 모델명이 아르나지 R과 아르나지 T로 개편되었다. 아르나지 R은 고급스러움을, 아르나지 T는 스포티한 성능을 강조한 모델이다. 2005년에는 전면부 디자인이 컨티넨탈 GT와 유사한 4개의 독립 원형 헤드램프 형태로 변경되었다. 2007년형부터는 터보차저가 미쓰비시 저관성 방식으로 교체되고, 4단 자동변속기가 ZF 6단 자동변속기(6HP-26)로 대체되었으며, 아르나지 T의 최고출력은 507마력, 최대토크는 1,000Nm에 달했다.
2008년 9월, 벤틀리는 아르나지의 생산이 2009년에 종료될 것이라고 발표하였고, 150대 한정(실제 생산은 96대)의 '파이널 시리즈(Final Series)' 모델이 마지막으로 생산되었다. 후속 모델은 2009년 8월 페블비치 콩쿠르 델레강스에서 공개된 벤틀리 뮬산(Mulsanne)이다.
대한민국에서는 그레이 임포터 또는 정식 수입을 통해 극소량 판매된 적이 있으며, 재계 인사 및 법조인 등이 소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즉위 50주년을 기념하여 아르나지를 기반으로 제작된 스테이트 리무진(State Limousine) 2대가 영국 왕실 의전차량으로 사용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