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타(Betta splendens)는 등목어목 버들붕어과 베타속에 속하는 민물고기이다. 학명은 Betta splendens로, 1909년 영국의 어류학자 찰스 테이트 리건이 재명명하였다. 동남아시아가 원산지이며,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태국, 베트남 등지에 서식한다. 베타속(genus Betta)에는 73종 이상이 존재하나, 관상어로서 "베타"라고 부르는 것은 통상 Betta splendens 한 종을 의미한다.
분류와 명칭
베타의 최초 학명은 1849년 시어도어 칸토어(Theodore Edward Cantor)에 의해 Macropodus pugnax로 명명되었다. 이후 1897년 베타속으로 재분류되었고, 1909년 기존 학명이 다른 종과 중복됨이 밝혀져 Betta splendens로 최종 재명명되었다. "베타"라는 명칭의 유래에 대해서는 여러 가설이 있는데, 하나는 말레이어·인도네시아어 "ikan betah"에서 왔다는 설이며, 이때 "betah"는 고대 전사부족을 의미한다는 주장이 있다. 다른 가설로는 말레이어로 "인내하는 물고기"를 의미하는 말과 라틴어로 "빛나는"을 뜻하는 splendens가 합쳐진 것이라는 설명이 있다. 태국에서는 베타를 "플라캇(ปลากัด)"이라고 부르는데, 이는 태국어로 "무는 물고기"라는 뜻이며, 태국 내에서는 베타속에 속한 공격성 있는 물고기 전반을 지칭하는 말로도 쓰인다.
형태
베타는 일반적으로 6~8cm 크기까지 자란다. 관상용으로 유통되는 베타는 화려한 색채와 크고 나풀거리는 지느러미로 잘 알려져 있으나, 야생 개체는 대부분 녹색, 갈색, 회색을 띠며 지느러미가 짧다. 야생 개체는 흥분했을 때에만 진한 색을 드러낸다. 사육 환경에서는 선택교배를 통해 다양한 체색과 지느러미·꼬리 모양의 품종이 개량되었으며, 베일테일(veiltail), 델타테일(deltatail), 더블테일(doubletail) 등 여러 변종이 존재한다.
분포와 서식지
베타의 자연 서식지는 동남아시아의 소택지, 논, 범람원 등 초목이 무성한 얕은 수역이다. 연구에 따르면 야생 베타는 말레이반도 북부, 태국 중부와 동부, 캄보디아, 베트남 메콩강 삼각주 등지에서 발견된다. 베타 서식지의 pH는 약산성(pH 6.9)에서 강알칼리성(pH 8.9)까지 광범위하며, 수온은 15°C에서 40°C까지 변동이 큰 환경이다. 이러한 악조건에 적응하기 위해 베타는 라비린스(미로) 기관이 발달했으며, 이를 통해 수면의 공기를 직접 흡입할 수 있어 낮은 용존산소 환경에서도 생존이 가능하다.
세계적인 관상어로의 인기로 인해 베타는 비슷한 열대 기후를 가진 여러 지역(호주, 브라질, 콜롬비아, 미국 동남부, 싱가포르 등)에 도입·정착하여 침입종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식성
베타는 육식성으로, 자연에서는 동물성 플랑크톤, 작은 갑각류, 수생 곤충의 유충, 조류, 낙엽에 떨어진 곤충 등을 먹는다. 사육 환경에서는 냉동 생먹이나 플레이크, 펠릿 사료를 섭취하지만, 육식 동물로서 소화기관이 짧아 동물성 단백질이 주성분인 사료가 적합하다.
번식
수컷 베타는 수면에 거품집을 만들어 번식 준비를 한다. 구애 과정에서 수컷은 아가미와 지느러미를 펼치고 춤추는 듯한 행동을 보이며, 암컷은 체색이 어두워지고 산란 줄무늬를 나타낸다. 한 번의 감싸는 행위로 암컷은 10~40개의 알을 산란하고, 수정된 알은 수컷이 입으로 주워 거품집으로 옮긴다. 산란이 끝나면 암컷은 수컷에 의해 영역에서 쫓겨나는데, 분리하지 않을 경우 수컷에게 죽임을 당할 수도 있다. 알은 24~36시간 후 부화하며, 부화한 자어는 난황의 영양분을 흡수하기까지 2~3일간 둥지에 머문다. 치어는 약 3~6주 후에 라비린스 기관이 발달하며, 4~5개월이면 성적 성숙에 이른다.
습성
베타는 영역성이 강한 어류로, 좁은 수조에 둘 이상의 수컷을 합사하면 어느 하나가 죽을 때까지 싸우는 공격성을 보인다. 암컷 역시 좁은 공간에서는 영역 다툼이 발생할 수 있다. 베타는 학습 능력이 있으며, 동물행동학, 신경학, 비교심리학의 연구 소재로도 활용된다. 사육 환경에서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지느러미를 펼쳐 위협 행동을 하는 것이 관찰된다.
역사와 보존
유전자 분석 연구에 따르면 베타는 약 1,000년 전부터 인간에 의해 길러져 왔으며, 13세기경부터는 투어(鬪魚)로 사육되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태국과 말레이시아에서는 최소 19세기부터 야생 베타를 채집해 싸움을 붙이는 도박이 행해졌고, 이 전통은 당시 태국의 국왕 라마 3세에게까지 퍼졌다. 베타는 19세기 말부터 서양에 알려지기 시작하여 1874년 프랑스에서 최초로 수입·번식 기록이 남아 있다. 1967년에는 베타 번식업자들이 국제베타협회(International Betta Congress, IBC)를 창립하였다.
베타는 2019년 태국의 국민 수생 동물로 지정되었다. 그러나 야생 개체는 하수 오염물, 농업적 오염, 팜유 플랜테이션 확대 등으로 인한 서식지 파괴로 위협받고 있으며, IUCN 적색목록에서 취약종(Vulnerable, VU)으로 분류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