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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토 슬라이퍼

베스토 멜빈 슬라이퍼(Vesto Melvin Slipher, 1875년 11월 11일 ~ 1969년 11월 8일)는 미국의 천문학자이다. 인디애나주 멀베리에서 태어나 인디애나 대학교에서 역학 및 천문학 학사(1901), 석사(1903),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1901년 애리조나주 플래그스태프에 위치한 로웰 천문대(Lowell Observatory)에 임시 조수로 합류한 이후 평생 이 천문대에서 재직하였으며, 1915년 부대장, 1916년 대장 대행을 거쳐 1926년 정식 대장으로 임명되어 1952년 은퇴할 때까지 그 직을 유지하였다.

슬라이퍼의 가장 중요한 업적은 은하(당시에는 '나선성운'으로 불림)의 시선속도 측정과 적색편이(redshift) 발견이다. 1912년 9월 17일, 그는 안드로메다 은하(M31)의 스펙트럼을 분석하여 초당 약 300킬로미터의 청색편이(blueshift)를 측정하였는데, 이는 당시 관측된 천체 중 가장 큰 속도였다. 1914년 미국천문학회에서 15개 나선성운의 시선속도를 발표하였으며, 이 중 11개가 적색편이를 보였다. 1917년까지 측정 대상을 25개로 확대하였고, 이 중 21개가 적색편이를 나타내어 대부분의 은하가 지구로부터 멀어지고 있음을 입증하였다. 이 관측 결과는 이후 에드윈 허블(Edwin Hubble)이 1929년에 발표한 허블의 법칙(Hubble's law), 즉 은하의 거리와 후퇴 속도 간의 비례 관계를 확립하는 데 핵심적인 기초 자료로 사용되었으며, 팽창 우주론의 경험적 토대를 마련하였다.

슬라이퍼는 1914년에 나선은하의 자전을 최초로 발견하기도 하였다. 또한 천체분광법을 이용하여 행성들의 자전 주기를 측정하고, 목성, 토성, 해왕성의 대기 스펙트럼에서 암모니아와 메탄 등 화학 성분을 확인하였다. 1929년에는 지구 대기의 중간권에 존재하는 나트륨 층(sodium layer)을 발견하였다. 그는 플레이아데스 성단 주변의 성운을 연구하여 일부 확산성운이 주변 별빛을 반사하여 빛난다는 반사성운의 존재를 증명하였고, 성간 공간에 나트륨과 칼슘이 분포해 있음을 밝혀냈다.

슬라이퍼는 클라이드 톰보(Clyde Tombaugh)를 로웰 천문대에 고용하였고, 톰보는 1930년에 명왕성(Pluto)을 발견하였다. 슬라이퍼의 동생인 얼 슬라이퍼(Earl C. Slipher) 역시 천문학자로서 로웰 천문대에서 활동하였다.

수상 내역으로는 라랑드 상(Lalande Prize, 1919), 파리 과학 아카데미 금메달(1919), 미국 국립과학원 헨리 드레이퍼 메달(1932), 왕립천문학회 금메달(1932), 브루스 메달(1935) 등이 있다. 달과 화성의 슬라이퍼 충돌구(crater Slipher) 및 소행성 1766 슬라이퍼는 베스토 슬라이퍼와 그의 동생 얼 슬라이퍼의 이름을 따서 명명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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