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리 공작의 매우 호화로운 시도서(프랑스어: Très Riches Heures du Duc de Berry)는 프랑스 베리 공작 장 1세(Jean Ier de Berry)가 15세기 초반에 의뢰하여 제작된 고딕 양식의 채식 필사본(시도서, Book of Hours)이다. 일반적으로 『트레 리슈 에르(Très Riches Heures)』 또는 『베리 공작의 아주 호화로운 시간의 책』이라는 명칭으로 더 널리 알려져 있다.
1. 개요 및 제작 배경 이 필사본은 당대 최고의 화가 형제였던 폴, 에르만, 장 드 랭부르(Paul, Herman, Jean de Limbourg)가 제작을 시작했으며, 공작과 세 형제가 모두 1416년에 사망하면서 미완성 상태로 남았다. 이후 1440년대경 바르텔레미 드 에크(Barthélemy d'Eyck)와 1480년대 장 콜롱브(Jean Colombe)가 이어받아 완성하였다. 현재 프랑스 샹티이 콩데 박물관(Musée Condé, Chantilly)에 소장되어 있다(소장 번호 MS 65).
2. 서지적 특징
- 크기: 약 30cm × 21.5cm
- 구성: 총 206면(412페이지), 양피지
- 언어: 라틴어 (일부 프랑스어 캡션 포함)
- 장정: 18세기 후반에 제작된 붉은 모로코 가죽 장정으로, 금박 문양과 공작의 문장이 장식되어 있다.
3. 주요 내용과 도상학 시도서의 표준적인 구성(달력, 성모 마리아의 기도, 십자가 경배, 성령 강림, 고해 기도, 죽은 자를 위한 미사 등)을 따르나, 특히 '달력(Calendar)' 부분의 12폭 월력 삽화가 회화사적으로 가장 유명하다. 각 달마다 귀족의 여가 생활(1월, 4월, 5월, 8월)과 농민의 계절 노동(2월, 3월, 6월, 7월, 9월, 10월, 11월, 12월)이 대비되어 묘사되어 있으며, 배경에는 공작이 소유한 실제 성과 영지(루아르 강의 리옹 성, 드주 성, 에탕푸 성, 퐁텐블로 성, 파리 루브르 궁 등)가 정밀하게 그려져 있어 15세기 초 프랑스의 복식, 건축, 농업 기술, 풍경을 연구하는 데 중요한 1차 사료가 된다.
4. 미술사적 의의 랑부르 형제는 국제 고딕 양식(International Gothic)의 정수를 보여주었으며, 특히 자연광의 표현, 대기 원근법의 시도, 사실적인 자연 묘사와 인물 표현 등 초기 플랑드르 회화(얀 반 에이크 등)와 이탈리아 르네상스 회화에 선구적인 영향을 미쳤다. 달력 삽화의 '10월' 그림에 보이는 파리 루브르 궁의 초기 모습이나 '1월'의 연회 장면 등은 당대 궁정 문화의 단면을 생생히 보여준다.
5. 제작 단계별 특징
- 랑부르 형제 단계 (1410~1416년경): 달력의 밑그림과 대부분의 채색, 주요 성경 장면의 밑그림 담당. 세밀한 묘사와 화려한 색채가 특징.
- 바르텔레미 드 에크 단계 (1440년대): '3월', '6월', '9월', '10월' 달력 그림의 일부 완성 및 '성모 마리아의 기도' 앞부분 삽화 등 추가. 공간감과 빛의 표현이 더 발전함.
- 장 콜롱브 단계 (1485~1489년경): 미완성으로 남은 '11월' 달력 완성, '지옥의 낙인' 등 누락된 소삽화 다수 제작. 다소 무거운 색조와 입체적인 인물 표현이 특징.
6. 관련 연구 및 현황 19세기 후반부터 본격적인 학술 연구가 시작되었으며, 20세기 들어 미요(Millard Meiss), 카바나(Cavanaugh) 등의 연구를 통해 제작 연대와 화가별 분담이 비교적 명확히 규명되었다. 현재 콩데 박물관 소장품 중 핵심 소장품으로 지정되어 있으며, 보존을 위해 실물 공개는 극히 제한되고 고해상도 디지털 아카이브를 통해 연구 및 열람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