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선언(독일어: Berliner Erklärung/Deklaration)은 1945년 6월 5일, 제2차 세계 대전의 연합국인 미국, 소련, 영국, 프랑스가 독일의 군사적 패배 이후 독일 영토에 대한 최고 권한을 공동으로 승계한다고 선언한 문서이다. 공식 명칭은 "독일의 패배 및 아메리카 합중국,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 연방, 영국 및 프랑스 공화국 임시정부의 독일에 대한 최고 권한 승인에 관한 선언"이다.
배경
1945년 5월 8일 독일 국방군 대표자들이 서명한 독일의 항복문서는 군사적 항복만을 규정하고 있었으며, 독일 국가의 민간 차원에서의 완전한 무조건 항복에 대한 명시적 규정은 없었다. 아돌프 히틀러가 1945년 4월 30일 자살한 후 카를 되니츠가 플렌스부르크에 수립한 민간 정부는 연합국에게 인정받지 못했다. 이에 연합국은 유럽 자문 위원회를 통해 사전에 합의되었던 항복 문안을 선언 형식으로 재작성하여 1945년 6월 5일 베를린에서 일방적으로 채택하였다.
주요 내용
선언은 15개 조항으로 구성되었다. 서문은 전쟁에 대한 독일의 책임과 모든 독일 무장 세력의 무조건 항복, 그리고 독일 중앙 정부 기관의 완전한 부재로 인한 나치 독일의 법적 소멸을 주장하였다. 선언의 목적상 독일의 영토는 1937년 12월 31일 당시의 경계(1935년 자르 주민투표 이후, 1938년 안슐루스 이전)로 정의되었다. 연합국은 독일 내 주권 행사가 합병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명시하였다.
핵심 조항으로는 제11조(나치 지도자 및 전쟁 범죄 혐의자 체포 및 재판), 제13조(연합국 통제 지역 내 독일의 민사, 경제 및 법적 구조에 대한 광범위한 지시 권한)가 포함되었다. 이 권한은 탈나치화, 전쟁 배상금 징수, 소련 점령 지역의 토지 개혁 등에 적용되었다.
서명자
선언은 연합군 최고사령관 4명이 서명하였다.
- 소련: 게오르기 주코프 원수
- 미국: 드와이트 D. 아이젠하워 장군
- 영국: 버나드 몽고메리 야전 원수
- 프랑스: 장 드 라트르 드 타시니 장군
법적 지위와 영향
연합국은 이 선언을 통해 독일 국가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으며, 독일 전체의 주권적 정체성은 연합국 관리 이사회에 의해서만 대표된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이 주장은 법적 논쟁의 대상이 되었으며, 일부 학자들은 국가의 법적 소멸은 공식적인 합병 없이는 달성될 수 없다고 반박하였다. 1990년 독일 재통일 이후 제기된 소송에서 유럽인권법원은 2005년 연합국 점령의 합법성을 인정하며, 전후 독일 점령이 '고유한 점령'으로서 연합국에 '주권적 권한을 부여했다'고 판결하였다.
이 선언은 이후 1945년 8월 포츠담 협정, 연합국 관리 이사회 설립(1945년 8월 30일), 그리고 1990년 2+4 조약을 통해 독일 점령이 공식적으로 종료될 때까지 전후 독일 점령 체제의 법적 기반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