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닌 제국(Benin Empire)은 1180년부터 1897년까지 오늘날 나이지리아 남부 에도주 지역에 위치한 삼림 지대에서 번성한 서아프리카의 역사적 왕국이자 제국이다. 영어권에서는 Kingdom of Benin, Empire of Benin, 또는 Great Benin으로도 불리며, 17세기부터 1975년까지 다호메이(Dahomey)로 불리던 현대의 베냉 공화국(Republic of Benin)과는 역사적 관련이 없다.
수도는 베닌시티(Benin City, 당시에는 에도/Edo로 불림)였으며, 주요 종족은 에도족(Edo people)으로, 이들이 사용한 언어는 에도어(Edo language)였다. 정치 체제는 군주제였으며, 군주는 오바(Oba)라는 칭호를 사용하였다.
베닌 제국은 11세기경 기존의 에도 왕국인 이고도미고도(Igodomigodo)에서 발전하여 성립되었으며, 1180년경 초대 오바 에웨카 1세(Eweka I)에 의해 오바 왕조가 수립되었다. 1440년 오바 에우와레 대왕(Ewuare the Great, 재위 1440~1473)이 즉위하면서 제국은 본격적으로 영토를 확장하고 중앙집권화되었다. 15세기부터 16세기까지 전성기를 누리며 기니만 연안의 여러 부족 국가를 지배하였고, 니제르 삼각주 서부에서 라고스(Lagos)를 거쳐 서쪽으로는 아크라(Accra) 부근까지 영향력을 행사하였다.
1485년 포르투갈 탐험가 주앙 아폰수 드 아베이루(João Afonso de Aveiro)가 처음 도착하면서 유럽과의 교역이 시작되었다. 베닌은 상아, 후추, 야자유, 노예 등을 유럽의 총기와 마닐라( brass manilla) 등과 교환하였다. 16세기 초 오바 에시기에(Esigie)는 이갈라 왕국의 침공을 격퇴하고 동쪽으로 영토를 확장하였다.
베닌 제국은 뛰어난 예술 문화로도 유명하다. 청동기(bronze), 철, 상아를 이용한 정교한 조각품과 벽 장식 패널(소위 '베닌 브론즈'로 알려짐)이 대표적이며, 이는 오바와 왕실 구성원, 포르투갈 상인 등을 묘사하고 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이 브론즈 작품들에 사용된 황동은 독일 라인란트 지역에서 수입된 마닐라에서 유래한 것으로 밝혀졌다.
수도 베닌시티는 해자와 성벽으로 둘러싸여 있었으며, 이 베닌 성벽(Walls of Benin)은 총 연장 약 16,000km에 달하는 거대한 토목 구조물로, 만리장성보다 4배 이상 길며 약 1억 5천만 시간의 노동력이 투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17세기 중엽 이후 제국은 점차 쇠퇴하기 시작했다. 오바 에헹부다(Ehengbuda) 이후 전투력이 약화되었고, 1689년경 내전이 발생하였다. 18세기 이후에도 왕국은 유지되었으나 점차 영토가 축소되었다. 19세기 말 영국은 베닌의 팜유, 상아, 고무 자원에 관심을 가지며 보호국화를 추진하였다. 1892년 영국 부영사 헨리 갤웨이(Henry Gallwey)가 조약을 체결했으나, 1897년 제임스 필립스(James Phillips)가 이끄는 영국 대표단이 베닌으로 접근하던 중 오바의 장군들이 선제 공격하여 대부분의 대원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영국은 핸리 로슨 경(Sir Harry Rawson) 휘하 1,200명의 병력을 파견하여 베닌시티를 점령하고 오바 오본람웬(Ovonramwen)을 추방하였다. 영국군은 왕궁의 예술품을 전리품으로 약탈하였으며, 이는 현재 전 세계 박물관에 분산 소장되어 있다.
1897년 영국에 병합된 후 베닌 제국은 영국령 니제르 해안 보호령에 편입되었고, 이후 식민지 나이지리아의 일부가 되었다. 1914년 오본람웬이 망명지에서 사망한 후, 그의 아들 에웨카 2세(Eweka II)가 영국의 종주권 아래 오바로 즉위하면서 베닌 왕국은 비주권 군주국(non-sovereign monarchy)으로 전환되었다. 현재까지도 오바 에우와레 2세(Ewuare II, 2016년 즉위)가 나이지리아 내 전통 군주로서 베닌 왕국의 계승을 유지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영국과 독일 등이 약탈했던 베닌 브론즈의 반환 문제가 국제적으로 논의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