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지상권(法定地上權, statutory superficies)은 당사자 간의 설정 계약에 의하지 않고 법률의 규정에 의하여 직접 발생하는 지상권을 말한다. 지상권이란 타인의 토지에 건물이나 기타 공작물을 소유하기 위하여 그 토지를 사용할 수 있는 권리로서, 대한민국 민법상 물권(物權)의 하나이다.
개념과 취지. 법정지상권은 법적으로 토지와 그 지상 건물의 소유자가 서로 달라지게 되는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토지 이용권 분쟁을 해결하기 위하여, 건물 소유자에게 법률상 토지를 계속 이용할 수 있도록 인정하는 제도이다. 대한민국에서는 영미권 국가들과 달리 토지와 건물의 소유권이 별개의 부동산으로 취급된다는 점에서 이 제도가 존재한다. 이 제도의 존재 이유는 건물이 철거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사회경제적 손실을 방지하려는 공익의 실현에 있다.
민법상 유형. 대한민국 민법에는 크게 두 가지 유형의 법정지상권이 규정되어 있다.
첫째, 민법 제305조에 의한 법정지상권으로, 이는 전세권(傳貰權)과 관계가 있다. 전세권이 설정된 토지 위에 건물이 있는 경우, 전세권이 소멸한 후 일정 요건 아래에서 법정지상권이 인정될 수 있다.
둘째, 민법 제366조에 의한 법정지상권으로, 이는 저당권(抵當權)과 관계가 있다. 동일인의 소유에 속하는 토지와 그 지상 건물에 저당권이 설정된 후, 저당권의 실행으로 인한 경매 등으로 인하여 토지와 건물의 소유자가 각각 다른 사람이 된 경우, 건물 소유자에게 법정지상권이 인정된다. 이는 경매로 인하여 건물이 철거되는 불합리한 결과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이 외에도 가등기담보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한 법정지상권이 별도로 존재한다.
관습법상 법정지상권. 민법 규정 이외에도, 매매 등의 원인으로 건물 소유자와 토지 소유자가 달라진 경우에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이 판례를 통하여 인정되고 있다. 이는 명문의 법률 규정 없이도 오랜 관습과 대법원 판례의 축적을 통하여 형성된 권리이다.
성립 요건과 효과. 법정지상권은 별도의 등기 없이도 법률 규정 또는 관습법에 의하여 자동으로 성립할 수 있다. 법정지상권이 성립하면 건물 소유자는 토지를 계속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며, 토지 소유자는 임의로 건물의 철거를 요구할 수 없게 된다. 존속 기간에 대하여는 민법 제280조에 따라 지상물의 종류에 맞춰 최소 기간이 보장되며, 약정이 없는 경우 법정 최소 존속 기간이 적용된다.
불인정 사례.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동일인의 소유에 속하는 토지 및 그 지상 건물에 관하여 공동저당권이 설정된 후 그 지상 건물이 철거되고 새로 건물이 신축되어 두 건물 사이의 동일성이 부정되는 결과 공동저당권자가 신축 건물의 교환가치를 취득할 수 없게 되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저당물의 경매로 인하여 토지와 그 신축 건물이 다른 소유자에 속하게 되더라도 그 신축 건물을 위한 법정지상권은 성립하지 않는다(대법원 2010. 1. 14. 선고 2009다66150 판결).
법정지상권은 주로 부동산 경매, 저당권 실행, 토지와 건물의 소유권 분리 상황에서 실무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법률 개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