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섬늑대(Vancouver Island wolf)는 학명 Canis lupus crassodon으로 분류되는 회색늑대(Canis lupus)의 아종 중 하나이다. 1932년 동물학자 Hall에 의해 처음 기재되었다. 영어권에서는 Vancouver Coastal sea wolf, coastal wolf, sea wolf 등의 명칭으로도 불린다.
분류 및 계통
밴쿠버섬늑대는 포유류 분류 체계인 Mammal Species of the World(2005)에서 Canis lupus의 아종으로 인정된다. 미토콘드리아 DNA 연구에 따르면 알래스카 남동부 해안가의 늑대들은 내륙의 회색늑대와 유전적으로 구별되며, 이는 다른 분류군에서도 관찰되는 패턴이다. 일부 연구는 밴쿠버섬늑대(C. l. crassodon), 알렉산더군도늑대(C. l. ligoni), 브리티시컬럼비아늑대(C. l. columbianus)를 단일 아종으로 인정할 것을 제안하기도 하였다. 2016년 두 연구에서는 북아메리카 회색늑대의 42,000개 단일염기다형성(SNP) 염기서열을 비교하여 해안가 늑대들이 유전적 및 표현형적으로 다른 늑대들과 구별됨을 확인하였으며, 이들은 습하고 해안가 환경에서 물고기와 작은 사슴을 잡아먹는 경향이 있어 다른 늑대보다 체구가 작은 특징을 보인다.
분포 및 서식지
밴쿠버섬늑대는 알래스카 남부에서부터 브리티시컬럼비아 해안을 따라 분포하며, 그레이트베어열대우림(Great Bear Rainforest) 지역을 포함한다. 강한 수영 능력을 지녀 섬 사이를 이동하는 특성이 있으며, 이름의 유래가 된 밴쿠버섬을 비롯하여 살리시해(Salish Sea)의 여러 섬에 서식한다. 최대 12km에 달하는 해협을 수영하여 섬 사이를 이동하는 사례가 보고되었다.
외형
몸길이는 코에서 꼬리 끝까지 약 1.2~1.5m이며, 내륙 늑대에 비해 현저히 가벼운 29~40kg 정도의 체중을 가진다. 이는 내륙 브리티시컬럼비아 늑대의 36~68kg보다 작은 수치이다. 털색은 적갈색, 회색, 베이지색, 흰색이 개체에 따라 다양한 비율로 섞여 있으며, 드물게 순백색 또는 흑색형(melanistic) 개체도 관찰된다.
생태 및 식성
밴쿠버섬늑대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반수생(semi-aquatic) 생활 방식이다. 식단의 75~90%가 해양에서 비롯되며, 이 중 약 4분의 1은 연어가 차지한다. 연어를 먹을 때는 머리 부분만 섭취하는 독특한 습성이 기록되었는데, 이는 개과 동물에게 치명적일 수 있는 세균 감염인 '연어 중독(salmon poisoning)'을 피하기 위한 행동으로 추정된다. 해안가에서는 따개비, 조개, 홍합, 게 등을 앞발로 모래를 파내고 강력한 턱 근육으로 껍질을 깨서 먹으며, 썰물에 밀려온 해산물(전복에서 고래 사체까지)을 청소하는(scavenging) 습성도 있다. 게 잡이 통발을 끌어올려 미끼를 꺼내는 행동도 관찰되었는데, 이는 "고도로 효율적이고 집중된 행동"으로 묘사되었다. 또한 해달, 물범, 새끼 해양 포유류를 사냥하며, 육상에서는 검은꼬리사슴(black-tailed deer)을 주요 먹이로 삼는다. 계절에 따라 식단이 변화하여 여름에는 사슴 새끼와 엘크를, 겨울에는 비버를 주로 섭취한다.
사회성
약 5~35마리까지 다양한 크기의 무리를 형성하는 사회적 동물이다. 매우 수줍음이 많아 인간의 눈에 거의 띄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전 상태
밴쿠버섬늑대는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된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산림부는 이 늑대의 사냥을 엄격히 규제하며, 특정 포획 및 사냥 시즌에 한도를 설정하여 개체수 감소를 방지하고 있다. 1960년대 후반 밴쿠버섬에서 일시적으로 지역 절멸(extirpation)되었으나, 1970년대 초반부터 다시 출현하기 시작하였다. 인간과의 충돌(human-wildlife conflict)이 증가하는 추세이며, 관광객에 의한 먹이 주기 등으로 인간에 길들여지는(habituation)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벌목 활동 또한 선호 먹이감의 가용성을 변화시켜 늑대들이 내륙으로 더 깊이 이동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문화적 의미
이 늑대는 태평양 북서부 원주민(트심시안, 트링깃, 하이다 족 등)의 문화와 영적 신앙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며, 곤카데트(Gonakadet)와 와스고(Wasgo)와 같은 신화적 바다늑대 형상의 영감이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