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요
백색증(白色症, 영어: albinism)은 멜라닌 색소의 합성이 선천적으로 결핍되어 피부, 모발, 눈 등에 색소가 부족하거나 전혀 없는 상태를 보이는 유전 질환이다. 멜라닌을 생성하는 티로시나아제(Tyrosinase) 효소와 관련 유전자의 돌연변이에 의해 발생하며, 출생 시부터 나타나는 선천성 질환이다. 이 증세를 가진 생명체를 통칭하여 알비노(Albino)라고 부른다. 백색증은 인간을 포함한 포유류, 어류, 조류, 파충류 등 대부분의 동물 종에서도 관찰된다.
분류
백색증은 크게 눈과 피부, 모발에 모두 증상이 나타나는 눈 피부 백색증(안피부백색증, Oculocutaneous Albinism, OCA)과 눈에만 국한되는 눈 백색증(안백색증, Ocular Albinism, OA)으로 나뉜다.
눈 피부 백색증
눈 피부 백색증은 멜라닌 합성에 관여하는 유전자의 돌연변이에 따라 1형부터 4형까지 분류된다.
- 1형(OCA1): 11번 상염색체의 티로시나제 유전자(TYR) 돌연변이로 발생한다. 1989년 일본 나고야 대학 연구팀에 의해 백색증으로서는 처음으로 책임 유전자가 규명되었다. 티로시나제 활성이 완전히 없는 OCA1A형과 활성이 부분적으로 남아 있는 OCA1B형 등으로 세분된다.
- 2형(OCA2): 15번 상염색체의 P 유전자 돌연변이로 발생한다. 티로시나제 활성은 존재하나 멜라노솜 내로 티로신이 유입되지 못해 멜라닌을 생성하지 못한다. 백색증 중 가장 흔한 유형이다.
- 3형(OCA3): 9번 상염색체의 티로시나제 관련 단백질-1 유전자(TRP-1) 돌연변이로 발생한다. 주로 아프리카 남부와 뉴기니 지역에서 보고되었으며, 백인과 아시아계에서의 발견이 드물다.
- 4형(OCA4): 5번 상염색체의 막관련 수송 단백질 유전자(MATP) 돌연변이로 발생한다. 동양인에서 상대적으로 흔하며 일본인에게 특징적인 형태로 알려져 있다.
눈 백색증
눈 백색증은 X염색체상의 GPR143 유전자 돌연변이에 의해 발생하며, 성염색체 연관 열성 유전 형태를 보인다. 피부와 모발의 색소 침착은 거의 정상이나 눈에만 색소 결핍 증상이 나타난다.
또한 헐만스키-푸들락 증후군(Hermansky-Pudlak syndrome), 체디악-히가시 증후군(Chediak-Higashi syndrome) 등 특정 증후군에서 혈액학적, 면역학적 이상과 함께 백색증 증상이 동반되기도 한다.
증상
백색증의 주요 증상은 다음과 같다.
- 피부: 멜라닌 결핍으로 유백색 또는 담홍색을 띤다.
- 모발: 멜라닌의 양에 따라 백금색부터 금발, 갈색까지 다양하다.
- 눈: 홍채는 무색, 담청색, 회색 등으로 나타난다. 망막 색소 소실로 인해 빛이 산란되어 동공이 붉게 보이는 적색 동공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안구진탕(무의식적 안구운동), 난시·근시·원시 등의 굴절 이상, 심한 시력 감퇴, 눈부심, 유루증 등이 동반될 수 있다.
이러한 증상은 모두 선천적이며 비진행성이다.
유전 양식
눈 피부 백색증은 대부분 상염색체 열성으로 유전된다. 즉 증상을 나타내지 않는 보인자 부모 사이에서 자녀가 발병할 수 있으며, 발병 확률은 약 25%이다. 눈 백색증은 성염색체(X염색체) 연관 열성으로 유전된다.
진단
홍채 멜라닌 감소와 투명화, 망막 색소 감소, 시력 감소 등의 눈 증상이 피부 색소 침착 저하와 함께 나타나면 눈 피부 백색증으로 진단할 수 있다. 눈 증상만 존재하는 경우에는 눈 백색증으로 진단한다. 가족력 조사가 함께 필요하며, 유전자 검사를 통해 해당 유전자의 돌연변이를 확인함으로써 확진할 수 있다. 피부 조직검사에서는 표피 기저층에 멜라닌세포가 관찰되나 멜라닌 색소 염색에 음성 반응을 보인다.
치료 및 관리
현재 백색증의 근본적인 치료법은 개발되지 않았다. 치료는 주로 합병증의 예방과 관리에 중점을 둔다.
- 자외선 노출 관리: 멜라닌이 자외선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는 기능을 하므로, 백색증 환자는 일광 화상을 입기 쉽고 장기간의 햇볕 노출 시 광선 각화증, 편평 세포암, 기저 세포암 등의 피부암 발생 위험이 높다. 따라서 자외선 차단제 사용, 긴소매 착용, 외출 시 직사광선 회피 등이 필요하며 정기적인 피부과 검진이 권장된다.
- 시각 관리: 안경이나 콘택트 렌즈로 굴절 이상을 교정할 수 있으나, 망막 색소 결핍으로 인한 시력 교정에는 한계가 있다. 확대경, 망원경, 선글라스 등의 보조 기구가 사용될 수 있다.
- 안과 검진: 정기적인 안과 검진이 권장된다.
백색증과 백반증의 구분
백색증은 선천성 유전 질환이지만, 백반증(Vitiligo)은 후천적으로 멜라닌세포가 소실되어 피부에 백색 반점이 나타나는 질환으로, 원인과 발생 시기가 다르다. 또한 백색증은 멜라닌 합성 자체의 결핍을 의미하며, 백변증(Leucism)처럼 색소세포의 이동이나 발생 차이로 인한 백화 현상과도 유전적 메커니즘상 구별된다.
사회적 측면
아프리카 남동부의 일부 지역에서는 백색증 환자의 신체 일부에 특별한 힘이 있다는 전통적 믿음으로 인해 이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발생한 사례가 보고된 바 있다. 또한 일부 문화권에서는 흰색 동물을 신성시하거나 길조의 상징으로 여기는 전통이 존재한다.
관련 호칭
백색증은 선천성 백색증, 선천성 색소결핍증, 백자증(白子症) 등으로도 불린다. 백색증을 가진 개체는 백화개체(白化個體), 백자(白子) 등으로도 불리며, "백자"라는 표현은 차별적 의미를 포함할 수 있다는 견해가 있어 근래에는 사용을 지양하는 경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