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로는 한국어에서 서로 다른 두 가지의 널리 알려진 의미를 지니는 동음이의어이다. 하나는 24절기 가운데 하나인 절기명(白露)이고, 다른 하나는 새의 일종을 가리키는 조류명(白鷺)이다.
1. 절기로서의 백로(白露)
백로는 24절기의 열다섯 번째 절기로, 태양의 황경이 165도에 도달하는 시기이다. 양력으로는 대개 9월 7일에서 8일 사이에 해당하며, 음력으로는 대개 8월에 든다. 처서(處暑)와 추분(秋分) 사이에 위치한다.
"백로"라는 이름은 "흰 이슬"이라는 뜻으로, 이 시기에는 밤 기온이 이슬점 이하로 내려가 풀잎이나 물체에 이슬이 맺히는 데서 유래하였다. 가을 기운이 완연해지고 여름철 장마가 물러가 맑은 날씨가 이어지는 시기로 알려져 있다.
민간에서는 백로 무렵의 기후와 농사의 풍흉을 연관짓는 속담이 전해 내려온다. 대표적으로 "백로에 비가 오면 십리 천석을 늘인다"는 말이 있으며, 이는 백로에 비가 오는 것을 풍년의 징조로 보는 전통적인 인식을 반영한다. 또한 경상남도의 일부 섬 지역에서는 백로 무렵이 고된 여름 농사를 마치고 추수 전까지 잠시 일손을 쉬는 때이므로 근친(覲親)을 가는 풍습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천문학적으로는 백로가 춘분, 하지, 추분, 동지처럼 천문학적 전환점으로서의 특별한 의미를 갖는 것은 아니며, 다른 20개 절기와 마찬가지로 계절 구분을 위한 명칭으로 쓰인다.
2. 조류로서의 백로(白鷺)
백로는 왜가리과(백로과)에 속하는 새 가운데 몸빛이 흰 종류를 총칭하는 말이다. 영어로는 egret에 해당한다.
백로의 키는 종에 따라 30cm에서 140cm까지 차이가 크며, 몸에 비해 머리와 다리가 매우 긴 것이 특징이다. 목과 다리가 길어 얕은 물가에서 물고기를 잡아먹으며, 물고기 외에도 가재, 개구리, 곤충 등을 먹는다. 해안 부근의 삼림, 소택지, 갈대밭 등에 서식하고, 무리를 지어 번식하지만 먹이를 구할 때는 단독으로 행동하는 습성이 있다.
백로는 백로속(Egretta), 왜가리속(Ardea), 황로속(Bubulcus) 등 여러 속에 걸쳐 있으며, 대표적인 종으로 쇠백로, 중대백로, 대백로, 노랑부리백로, 황로 등이 있다. 극지방을 제외한 전 세계에 널리 분포하며, 전 세계에 약 68종이 알려져 있고 한국에는 15종이 기록되어 있다. 둥지는 나뭇가지를 쌓아 만들고 청록색 또는 백색의 알을 3~7개 낳으며, 대형종은 부화 후 둥지를 떠날 때까지 약 60일, 소형종은 20~25일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백로"는 계절과 조류라는 상이한 두 영역에서 폭넓게 쓰이는 전형적인 동음이의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