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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효

발효(醱酵, 영어: fermentation)는 미생물이나 균류 등의 작용을 통해 유기물을 분해하는 과정을 가리키는 용어로, 넓은 의미와 좁은 의미로 구분하여 사용된다. 넓은 의미에서는 미생물을 이용해 유기물을 변화시키는 전반적인 과정을, 좁은 의미에서는 산소 없이 당을 분해하여 에너지를 얻는 대사 과정을 의미한다. 이 과정의 생성물로는 유기산, 기체(가스), 또는 알코올이 대표적이다. 발효는 주로 효모와 세균에서 일어나며, 젖산 발효의 경우처럼 특정 세균과 균류에서도 관찰된다.

어원

"발효(ferment)"라는 단어는 "끓이다"를 뜻하는 라틴어 동사 "fervere"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용어는 14세기 후반 연금술에서 처음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며, 현대 과학적 의미로는 대략 1600년대부터 사용되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정의

발효는 사용되는 맥락에 따라 다양하게 정의된다. 일반적인 사용에서는 미생물을 통한 식품 보존 방법이나, 주류 또는 산성 유제품을 생산하는 과정을 가리킨다. 산업계에서는 공기 유무와 관계없이 대규모로 이루어지는 미생물 공정을 의미하기도 한다. 과학적으로 보다 엄밀한 정의로는, 혐기성 조건 하에서 일어나는 에너지 방출 대사 과정으로, 산소(O₂)나 전자전달계를 필요로 하지 않고 최종 전자 수용체로 유기물을 사용하는 대사를 말한다. 최근의 정의 중 하나는 "유기 화합물이 전자 공여체와 전자 수용체를 동시에 담당하는 이화작용"으로 제안되기도 하였다.

발효와 부패의 차이

과학적으로 발효와 부패는 모두 미생물에 의한 유기물 분해 현상으로 본질적으로 동일한 과정이다. 다만, 분해 산물이 인간에게 유용한 경우를 발효, 악취나 독성 물질을 생성하여 해를 끼치는 경우를 부패라고 구분하여 부른다. 즉 두 용어는 과학적 과정의 차이라기보다 인간의 용도와 평가에 따른 구분에 해당한다.

주요 생성물과 유형

발효의 대표적인 유형으로는 에탄올 발효, 젖산(유산) 발효, 수소 가스 생성 발효 등이 있다.

에탄올 발효에서는 포도당 1분자가 에탄올 2분자와 이산화탄소 2분자로 전환된다. 이 과정은 빵 반죽을 부풀게 하는 데 사용되며, 포도주, 맥주, 막걸리 등의 주류 제조에도 활용된다. 일부 어류는 산소가 부족한 환경에서 에탄올 발효를 통해 에너지를 공급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젖산 발효는 가장 단순한 형태의 발효로, 해당 과정에서 생성된 피루브산이 젖산으로 전환되는 과정이다. 혈액이 산소를 충분히 공급하지 못하는 강렬한 운동 시 동물의 근육에서 일어나며, 유산균이 요구르트에서 젖당을 젖산으로 전환하여 신맛을 내는 과정도 여기에 해당한다. 젖산 발효는 부산물로 기체를 생성하지 않는 유일한 발효 유형으로 알려져 있다.

수소 가스는 혼합 유기산 발효, 뷰티르산 발효 등 여러 유형의 발효 과정에서 생성되며, 메테인 생성균과 황산환원세균의 기질로 활용된다.

생물학적 역할

발효는 모든 세균과 진핵생물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대사 방식으로, 산소가 없는 환경에 적합한 가장 오래된 대사 경로로 간주된다. 발효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에너지는 포도당 1분자당 약 2~5개의 ATP인데, 이는 산소 호흡에서 생성되는 약 32개의 ATP에 비해 상당히 적어 효율이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그럼에도 발효는 외부 전자 수용체가 필요하지 않아 다양한 환경 조건에서 일어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인간을 포함한 동물의 위장관에서도 발효가 일어나며, 소와 같은 반추동물의 반추위에서는 발효 세균이 메테인 생산에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발효 이용의 역사

인류는 신석기 시대부터 발효를 이용해 식량과 음료를 생산해 왔다. 기원전 7000~6600년 사이 중국 지아후의 유적 문서에서 발효 음료 제조 기록이 발견된 바 있으며, 기원전 6000년경 조지아, 기원전 3150년 고대 이집트 등에서도 발효 이용의 흔적이 확인된다.

발효가 생물의 작용에 의한 것임을 과학적으로 규명하는 과정은 오랜 시간이 걸렸다. 1837년 카냐르 드 라 투르, 테오도어 슈반, 프리드리히 트라우고트 퀴징이 현미경 관찰을 통해 효모가 살아있는 생물임을 주장했으나, 당시 많은 화학자들은 발효를 단순한 화학 반응으로 간주했다. 1850년대와 1860년대에 걸쳐 루이 파스퇴르가 일련의 실험을 통해 발효가 생물에 의해 시작된다는 것을 입증하였다. 파스퇴르는 발효를 "공기가 없는 생명"이라고 정의하기도 하였는데, 이는 현대적 관점에서는 엄밀하지 않은 정의로 평가된다. 이후 1897년 독일의 화학자 에두아르트 부흐너가 효모에서 발효 효소를 추출하는 데 성공하여 "죽은" 효모 추출액이 설탕 용액을 발효시킬 수 있음을 보여주었고, 이는 생화학의 시작으로 간주되며 부흐너는 1907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하였다.

산업적 활용

현대의 산업 발효는 크게 비연속(회분) 발효, 유가 배양식 발효, 연속 발효 등의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발효는 식품 산업 외에도 생화학 물질 생산에 광범위하게 활용되는데, 에탄올 연료, 젖산, 구연산, 아미노산(L-글루탐산, L-라이신 등), 유기산 등의 생산에 사용된다. 발효를 통한 바이오에탄올 생산은 브라질과 미국을 중심으로 상업적 규모로 진행되고 있다. 최근에는 대체 단백질 생산, 순환 경제 구축을 위한 바이오매스 활용 등 새로운 분야에서도 발효 기술이 적용되고 있다.

발효차에 관한 참고 사항

홍차, 보이차, 우롱차 등에서 흔히 "발효차"라고 부르는 차는 일반적인 미생물에 의한 발효가 아니라 차잎에 함유된 산화효소에 의한 산화 처리 과정이다. 이는 미생물의 작용을 수반하지 않으므로 엄밀한 의미의 발효는 아니다.

발효는 미생물학, 생화학, 식품과학, 산업 공학 등 여러 학문 분야와 일상 생활에서 폭넓게 활용되는 기초적인 개념으로, 인류의 식문화와 산업 발전에 지속적으로 기여해 온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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