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푸르기스의 밤(Walpurgis Night, 독일어: Walpurgisnacht)은 매년 4월 30일에서 5월 1일로 넘어가는 밤에 중부 유럽과 북유럽에서 기념되는 전통 축제이다. 이 날은 봄의 도래를 환영하고 악령을 쫓는 의미를 지니며, 독일, 스웨덴, 핀란드, 에스토니아, 체코,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등 여러 국가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행해진다.
명칭의 유래
발푸르기스의 밤이라는 명칭은 8세기 영국 출신의 기독교 성녀인 성 발푸르가(Saint Walburga, 710~777/9년)에서 유래하였다. 성 발푸르가는 데번(Devon)에서 태어나 독일에서 선교 활동을 하였으며, 하이덴하임(Heidenheim)에 이중 수도원을 설립하였다. 그녀는 마법과 질병으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하는 수호성인으로 여겨졌다. 성 발푸르가의 시성(諡聖)과 그 유해가 아이히슈타트(Eichstätt)로 이장된 날은 870년 5월 1일이었으며, 이에 따라 그 전야인 4월 30일 밤이 축제일로 자리잡게 되었다. 독일어에서 이 명칭은 1668년 요하네스 프레토리우스(Johannes Praetorius)의 저술에서 "S. Walpurgis Nacht"로 처음 기록되었다.
역사적 기원
발푸르기스의 밤은 기독교 이전 시기의 고대 봄맞이 축제와 결합된 것으로 추정된다. 유럽 각지에서는 오래전부터 4월 말에서 5월 초에 걸쳐 겨울의 종말과 봄의 시작을 기념하는 불 축제가 존재하였다. 대표적으로 아일랜드와 브리튼의 켈트 축제인 발타네(Beltane)가 이 시기에 행해졌다. 기독교가 전파된 이후 교회는 이러한 이교적 전통을 성 발푸르가의 축일과 결합시켜 기독교적 의미를 부여하였다.
민속 전설과 마녀의 밤
독일 민속에서 발푸르기스의 밤은 마녀들이 하르츠(Harz) 산맥의 최고봉인 브로켄(Brocken) 산에 모여 악마와 함께 연회를 벌이는 밤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전설은 15~16세기 마녀 문학과 16~17세기 마녀사냥의 영향으로 더욱 확산되었다. 브로켄 산에서 발생하는 '브로켄의 요괴(Brockengespenst)' 현상—안개나 구름에 비친 거대한 그림자—이 마녀들의 집회로 오인된 것이라는 설명이 있다. 악령을 쫓기 위해 사람들은 언덕에 모닥불을 피우고, 마녀나 악마 분장을 하며, 큰 소리를 내는 전통이 생겨났다.
각국의 행사
독일에서는 하르츠 산맥 지역, 특히 토른버그(Thale)의 헥센탄츠플라츠(Hexentanzplatz, '마녀의 춤 광장')와 고슬라어(Goslar), 베르니게로데(Wernigerode) 등지에서 대규모 축제가 열린다. 마녀 분장 퍼레이드, 모닥불, 불꽃놀이, 음악 공연 등이 펼쳐진다.
스웨덴에서는 발보리(Valborg)라고 불리며, 모닥불을 피우고 합창단의 노래와 연설로 봄을 맞이하는 공공 행사가 열린다. 특히 웁살라(Uppsala)와 룬드(Lund)의 대학 도시에서는 학생들이 흰색 학생모자를 쓰고 전통적인 축제를 즐긴다.
핀란드에서는 바푸(Vappu)라고 하여 새해 전야와 하지제와 함께 가장 큰 카니발 축제 중 하나로 꼽힌다. 4월 30일 저녁부터 5월 1일 노동절까지 이어지며, 학생 전통과 거리 축제, 시마(sima, 벌꿀술)와 도넛을 즐기는 풍습이 있다.
에스토니아에서는 볼브리외(Volbriöö)라고 하여 봄의 도래를 축하하는 중요한 행사로, 특히 대학 도시 타르투(Tartu)에서 학생 조합들의 전통적인 행진과 방문이 이루어진다.
체코에서는 팔레니 차로데이니체(Pálení čarodějnic, '마녀 불태우기')라고 하여, 짚으로 만든 마녀 인형을 모닥불에 태우는 의식을 행한다.
문학과 대중문화
독일의 대문호 요한 볼프강 폰 괴테(Johann Wolfgang von Goethe)의 비극 《파우스트》(Faust) 1부에는 '발푸르기스의 밤'이 주요 장면으로 등장하며, 2부에는 '고전적 발푸르기스의 밤'이 묘사된다. 괴테의 작품을 통해 이 축제는 유럽 문학의 중요한 모티프로 자리잡았다. 펠릭스 멘델스존(Felix Mendelssohn)은 괴테의 시를 바탕으로 칸타타 《첫 번째 발푸르기스의 밤》(Die erste Walpurgisnacht, Op. 60)을 작곡하였다.
현대 대중문화에서도 이 개념은 널리 차용된다. 일본 애니메이션 《마법소녀 마도카☆마기카》에는 '왈푸르기스의 밤'이라는 이름의 마녀가 등장하며, 영국의 헤비메탈 밴드 블랙 사바스(Black Sabbath)의 곡 'War Pigs'는 원래 'Walpurgis'라는 제목이었다. 《해리 포터》 시리즈에서 죽음의 식사자(Death Eaters)의 다른 이름 중 하나가 '발푸르기스의 기사단(Knights of Walpurgis)'이다.
기타
1966년, 안톤 샨도르 라베이(Anton Szandor LaVey)는 발푸르기스의 밤에 사탄 교회(Church of Satan)를 창립하였으며, 사탄교에서 이 날을 중요한 축일 중 하나로 여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