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시게루(坂茂, Shigeru Ban)는 일본의 건축가이다. 1957년 8월 5일 도쿄에서 태어났으며, 미국 서던캘리포니아 건축대학교(SCI-Arc)와 쿠퍼 유니언에서 건축을 공부한 후 1985년 도쿄에 시게루 반 건축사사무소를 설립하였다.
반 시게루는 종이 튜브(지관, 紙管)를 건축의 구조 재료로 활용하는 '종이 건축'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1986년 알바르 알토 전시회를 준비하던 중 예산 문제로 나무 대신 종이를 사용하면서 종이의 건축적 가능성을 인지하였고, 이후 종이 튜브를 구조재로 개발하고 연구하기 시작하였다. 1989년 일본 나고야 디자인 엑스포의 종이 정자에 처음으로 종이 튜브 48개를 구조적으로 적용하였다.
1994년 아프리카 르완다 내전 당시 난민들을 위한 종이 튜브 임시 주택을 제안하면서 본격적인 인도주의 건축 활동을 시작하였다. 1995년에는 일본 고베 대지진 피해자를 위한 임시 주거와 종이 교회를 지었으며, 같은 해 재난 구호를 위한 비영리 단체인 자원건축가네트워크(VAN, Voluntary Architects' Network)를 설립하였다. 이후 1999년 터키 이즈미트 지진, 2001년 인도 구자라트 지진, 2004년 스리랑카 지진, 2008년 중국 쓰촨성 지진, 2010년 아이티 지진, 2011년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지진, 2011년 동일본 대지진,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등 세계 각지의 재난 현장에서 임시 대피소와 주거 시설을 제공해 왔다.
종이 튜브를 활용한 건축은 경제성, 내구성, 단열 성능, 운송 및 조립의 용이성 등이 장점으로 꼽힌다. 방수 처리를 통해 내후성을 확보하였으며, 일본 건설부로부터 영구 건축 구조물용 건축 재료 인증을 받기도 하였다. 반 시게루는 "사람들은 지진으로 죽는 것이 아니라 건물의 붕괴로 죽는다"고 말하며, 건축가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해 왔다.
대표적인 건축 작품으로는 프랑스 퐁피두 메츠 센터(2010),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의 종이 성당(Cardboard Cathedral, 2013), 미국 아스펜 아트뮤지엄(2014), 일본 후지산 세계유산센터 등이 있다. 한국에는 경기도 여주에 위치한 해슬리 나인브릿지(2010)와 해슬리 햄릿(2020) 등의 작품이 있다.
2014년 제37회 프리츠커상을 수상하였다. 프리츠커 심사위원단은 "혁신적인 재료 사용과 전 세계의 인도주의적 노력에 대한 헌신"을 수상 이유로 밝히며, 그를 "젊은 세대의 롤모델일 뿐만 아니라 영감을 주는 사람"이라고 평가하였다. 그 외에도 타임지 혁신가(2001), 건축 기술 오귀스트 페레상(2011), 세계 경제 포럼 크리스탈상(2015), AIA 금메달(2026) 등을 수상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