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애주의(博愛主義, Philanthropism)는 모든 인류가 서로 평등하게 사랑하여야 한다는 정치·철학·윤리적 이타주의 개념이다. 이러한 이상을 실현하고자 하는 활동을 가리키기도 한다.
어원
박애(philanthropy)라는 단어는 그리스어로 '친구·동족 간의 사랑'을 나타내는 'pilos'와 '인간'을 나타내는 'anthrops'로부터 유래하였다. 그리스의 비극작가 아이스킬로스는 신들을 사랑하는 것보다 인간을 사랑하는 것을 'philanthropia'(인간애)라고 불렀으며, 이것이 후에 박애를 뜻하는 말의 어원이 되었다. 로마 시대에 들어와서 이 말은 'humanitas'로 번역되어 단순히 인간애라는 뜻뿐만 아니라 널리 교양을 나타내는 말로 사용되었고, 이후 휴머니즘적 이념을 뜻하는 것으로 변화되었다.
정의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박애주의는 "인종에 대한 편견이나 국가적 이기심 또는 종교적 차별을 버리고 인류 전체의 복지 증진을 위하여 온 인류가 서로 평등하게 사랑하여야 한다는 주의"로 정의된다. 한자어로는 博(넓을 박), 愛(사랑 애), 主(주인 주), 義(옳을 의)로 구성된다. 동의어로는 '사해동포주의'가 있다.
감정으로서의 박애
박애는 인간이 부딪치고 있는 모든 현실적인 차별, 즉 인종·종교·신분·풍습·이해관계 등의 차별을 초월하고 인간성을 기초로 하여 근심·불행·괴로움 등을 같이 나누려는 인간애를 말한다. 이는 인간이 가지는 공통의 감정이 장소와 범위에 따라 단체정신, 연대감, 민족주의, 애국주의 등으로 나타나는 것과 달리, 그 범위가 인류·인간이라는 범위까지 확대되었을 때 가지는 공통의 감정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박애는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가장 넓은 의미의 공통감정으로 볼 수 있다.
원리로서의 박애
박애는 단순한 감정을 넘어 국가가 그에 의거하여 행동하고 국민이 그에 의하여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는 원리로도 사용되어 왔다. 국가는 그 성원에게 개개인의 생활을 영위하는 데 있어 공통의 배경 및 공통의 기반으로 요구되는 물질적 및 정신적인 공통의 시설(도로, 하수도, 박물관, 도서관 등)을 모든 사람들을 위해 공급하고 배분해야 한다는 원리이다.
박애라는 말이 공식적인 용어로 처음 사용된 것은 프랑스에서 1793년 6월 일어난 코르들리에(Cordelier) 운동에서의 '자유·평등·박애 그렇지 않으면 죽음'이라는 모토에서였다. 1848년 프랑스 헌법 전문 제4항에서는 '자유·평등·박애를 원리로 한다'고 명시하였다.
박애와 자선의 구분
박애(philanthropy)는 자선(charity)과 구분되는 개념으로 이해된다. 자선이 개인적 동정심에 기반한 일대일 기부의 양상을 띠는 반면, 박애는 인류의 삶의 질 향상을 추구하기 위한 조직적·계획적 활동을 의미한다. 거지에게 동전을 주거나 노숙자에게 옷을 벗어주는 것이 자선이라면, 노숙자 자활프로그램을 운영하거나 빈민지역에 학교를 세워 교육을 통한 근본적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은 박애의 영역으로 구분된다.
역사적 배경
서양에서는 고대 그리스·로마 시대부터 박애사상의 씨앗이 존재하였다. 스토아 철학의 영향으로 로마에서는 여성과 노예의 인권이 개선되는 등 법과 제도에서 박애사상의 개념적 씨앗이 태동하였다. 중세 유럽에서는 기독교가 보편적 종교로 자리잡으면서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가르침을 통해 기독교의 박애사상이 일반적인 윤리 기준으로 정착하였다.
18세기 장 자크 루소(Jean-Jacques Rousseau)는 '박애'를 자유롭고 평등한 세상을 만들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제시하였으며, 그의 사상은 프랑스 혁명의 기본이념으로 계승되었다. 19세기 알렉시스 드 토크빌(Alexis de Tocqueville)은 계급이나 신분 차별이 없는 평등한 사회를 민주주의의 요체라고 주장하였으며, 그의 '사회적 평등' 사상에 영향을 받은 박애사상은 산업사회를 거치며 유럽에서는 정부 주도로, 미국에서는 시민사회의 주도로 진화하였다.
동양에서도 인간존중과 생명존중에 대한 개념이 박애사상 발전의 이론적 토대로 작용하였다. 중국 제자백가 시대 묵가(墨家)의 창시자 묵자(墨子)는 신분과 빈부의 격차를 초월하여 모든 인간을 차등 없이 사랑하는 겸애(兼愛)를 강조하였다. 불교에서는 우주의 삼라만상이 서로 연관되어 생성·유지·발전된다는 연기(緣起)사상을 바탕으로 모든 인간과 생명체가 소중한 존재임을 설파하였다.
현대적 의미
현대에 들어 박애는 사회공헌 활동의 철학적 배경으로 주목받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빌 게이츠가 '창조적 자본주의(Creative Capitalism)'를, 매튜 비숍이 '박애자본주의(Philanthrocapitalism)'를 주창하는 등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방법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졌다. 박애사상에 기초한 활동들은 단순한 자선 활동과 달리 조직적·계획적으로 사회변화를 도모하며 사업의 성과를 중시하는 특성을 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