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 벡터 백신(Viral vector vaccine)은 목표 병원체의 항원을 암호화하는 유전 정보를 다른 바이러스(벡터)에 삽입하여 인체 내로 전달하는 방식으로 제조된 백신의 한 유형이다. 이는 유전자 재조합 기술을 기반으로 하며, 바이오백신(biovaccine)이라고도 불린다.
원리 및 작용 기전
바이러스 벡터 백신의 핵심은 운반체 역할을 하는 바이러스(벡터)에 목표 항원의 유전자를 삽입하는 것이다. 벡터로 사용되는 바이러스는 병원성을 제거하거나 약독화하여 인체에 무해하도록 조작된다. 대표적으로 아데노바이러스(Adenovirus), 수두바이러스(Poxvirus), 수포성구내염바이러스(VSV) 등이 사용된다. 백신을 근육 주사하면 벡터 바이러스가 인체 세포 내로 침투하여, 삽입된 유전 정보에 따라 세포의 단백질 합성 기구를 이용해 목표 항원 단백질을 생산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항원은 면역계에 의해 인식되어 체액성 면역(항체 생성)과 세포성 면역(T세포 반응)을 모두 유도한다.
바이러스 벡터 백신은 크게 복제 가능 바이러스 벡터(Replicating viral vector), 복제 불능 바이러스 벡터(Non-replicating viral vector), 단일 주기 바이러스 벡터(Single-cycle viral vector)의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된다. 현재 상용화된 대부분의 바이러스 벡터 백신은 복제 불능 형태로, 바이러스의 복제에 필수적인 유전자(E1, E3 등)를 제거하여 체내에서 증식하지 못하도록 설계되었다.
장점
바이러스 벡터 백신은 항체 생성과 T세포 면역 반응을 동시에 유도할 수 있어 강력한 면역원성을 제공한다. 벡터 자체가 면역증강제(adjuvant) 역할을 하므로 별도의 면역증강제가 필요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또한 새로운 병원체의 유전자 서열이 확인되면 기존 벡터 시스템에 항원 유전자만 교체하여 비교적 신속하게 개발할 수 있다. mRNA 백신과 달리 대부분 2~8°C의 일반 냉장 온도에서 보관 및 운송이 가능하여 콜드체인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에서의 배포에 유리하다.
단점 및 한계
벡터로 사용된 바이러스에 대한 사전 면역(Pre-existing immunity)이 존재하는 경우 백신의 효능이 감소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인간 아데노바이러스 5형(Ad5)은 많은 사람이 자연 감염을 통해 항체를 보유하고 있어 이를 극복하기 위해 희귀 혈청형(Ad26, Ad35)이나 동물 유래 아데노바이러스(침팬지, 고릴라 유래)를 벡터로 사용하는 연구가 진행되었다. 생산 공정이 상대적으로 복잡하고, 일부 벡터 백신에서 매우 드물게 혈소판 감소를 동반한 혈전증(TTS)과 같은 부작용이 보고된 바 있다.
주요 사례
2019년 에볼라 바이러스 백신(rVSV-ZEBOV, Ervebo)이 바이러스 벡터 방식으로 최초로 허가되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여러 바이러스 벡터 백신이 개발되어 긴급 사용 승인을 받았다. 대표적으로 영국 옥스퍼드대학교와 아스트라제네카가 공동 개발한 AZD1222(침팬지 유래 아데노바이러스 ChAdOx1 벡터), 존슨앤존슨의 자회사 얀센이 개발한 Ad26.COV2.S(인간 아데노바이러스 26형 벡터), 러시아 가말레야 연구소의 스푸트니크 V(Ad26과 Ad5 혼합), 중국 캔시노의 Ad5-nCoV 등이 있다. 이 외에도 HIV, 말라리아, 결핵, 인플루엔자 등 다양한 감염병에 대한 바이러스 벡터 백신이 연구 개발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