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오로의 특전(Privilegium Paulinum, Pauline Privilege)은 가톨릭 교회법에 규정된 혼인 해소 제도로, 교회법 제1120조 및 신약성경 1코린토전서 7장 12-15절에 그 근거를 둔다. 이 특전은 두 명의 세례 받지 않은 자(비신자) 사이에 체결된 혼인이, 그중 한쪽이 가톨릭으로 개종(영세)한 이후 특정 조건에서 해소되고 새로운 혼인을 허용하는 제도이다.
법적 근거 및 적용 조건
사도 바오로가 코린토 교회에 보낸 편지(1코린토 7,12-15)에서 "어떤 형제에게 믿지 않는 아내가 있어 그와 함께 살기를 원하면 그를 버리지 말라... 그러나 믿지 않는 자가 떠나거든 떠나게 하라"는 구절에서 유래하였다. 이에 따라 가톨릭 교회법은 다음 두 가지 조건 중 하나가 충족될 경우 혼인 해소를 허용한다.
① 개종한 신자인 배우자에게 신앙의 자유를 허용하지 않을 때 ② 평화로운 결혼생활을 계속하기를 원하지 않을 때
이 경우 개종한 당사자는 새로운 혼인을 할 수 있다. 단, 전통적으로 이 특전을 적용받는 사용자는 반드시 가톨릭 신자인 상대자를 얻어 혼인(혼배)하여야 한다는 조건이 있었다.
파쿨타스(Facultas)와 관면
가톨릭 교회의 검사성성(현 신앙교리성)은 주교단에게 특별 권한(파쿨타스)을 부여하여, 일정 조건 아래에서 '바오로의 특전' 사용자가 외교인(무종교자 포함)이나 열교인(분리된 기독교인)과도 혼인할 수 있도록 관면(寬免)할 수 있는 권한을 위임해 왔다. 이는 교회법상의 장애(외교조당, 열교조당)를 면제해 주는 조치이다.
한국 교회와의 관련 사례
1962년 11월 4일자 가톨릭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로마 성청의 검사성성은 한국주교단에게 '바오로 특전' 관면을 수여하는 권한을 다시 5년간 부여하였다. 이는 당시 서울의 바오로 노기남 대주교가 한국주교단 명의로 포교성성을 거쳐 검사성성에 청원하여 허락된 것이었다. 동 공한(公翰)은 비가톨릭 측이 약속서를 제출하고 그 약속이 준수되리라는 윤리적 확실성이 있을 때에 한하여 이 권한을 사용할 수 있음을 명시하였다.
판례
검사성성의 1949년 11월 11일자 판정(PROT. N. 1907-49)에 따르면, 세례 받지 않은 상태에서 혼인과 이혼을 반복한 후 가톨릭에 입교한 여성(글라라)의 사례에서, 첫 번째 남편(라파엘)이 세례 받지 않은 것이 확실하다면 '성 바오로의 특전'을 적용할 수 있다고 판정하였다. 이는 바오로의 특전과 열교조당·외교조당의 관면을 병용한 사례이다.
의의
바오로의 특전은 가톨릭 교회법에서 혼인의 불가해소성(Indissolubility) 원칙에 대한 예외 중 하나로, 개종자의 신앙 자유와 평화로운 가정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이다. 이는 사도 바오로의 가르침에 기원을 두고 교회법으로 발전된 개념으로, 가톨릭 교회의 혼인법 체계 내에서 공식적으로 인정된 법적 제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