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끼속(Sphagnum)은 선태식물문 물이끼과(Sphagnaceae)에 속하는 한 속(屬, genus)으로, 약 380종의 이끼류를 포함한다. 일반적으로 물이끼, 습지이끼 또는 피트모스(peat moss)로 알려져 있다.
분류학적 위치
물이끼속은 식물계(Plantae)의 선태식물문(Bryophyta)에 속하며, 물이끼강(Sphagnopsida), 물이끼목(Sphagnales), 물이끼과(Sphagnaceae)에 포함된다. 학명 Sphagnum은 그리스어 sphagnos에서 유래한 것으로, '이끼'를 의미한다.
형태적 특징
물이끼속 식물은 중심 줄기와 그 주변에 빽빽하게 배열된 가지 다발로 이루어져 있다. 가지 다발은 보통 옆으로 퍼진 가지 2~3개와 아래로 늘어진 가지 2~4개로 구성된다. 식물체 꼭대기 부분에는 어린 가지들이 밀집되어 술 모양의 형태를 형성한다.
가장 독특한 특징은 세포 구조에 있다. 물이끼속은 두 가지 유형의 세포를 가진다. 하나는 엽록소를 포함한 작고 초록색의 살아 있는 세포(엽록소세포)로 광합성을 담당한다. 다른 하나는 히알린세포(hyaline cell) 또는 병모양세포로 불리는 더 크고 통 모양의 세포로, 한쪽 끝에 있는 작은 구멍을 통해 수분을 흡수하고 저장하는 기능을 한다. 이러한 구조 덕분에 물이끼속은 건조한 상태 무게 대비 16배에서 26배까지 물을 저장할 수 있다.
생태적 특성
물이끼속은 주로 북반구의 이탄 습지, 침엽수림, 습한 툰드라 지역에 분포한다. 북반구에서 가장 북쪽에 분포하는 개체군은 북극 노르웨이의 스발바르 제도(북위 81도)에서 발견된다. 남반구에서는 칠레 남부와 아르헨티나 남부의 마젤란 고습지, 뉴질랜드, 태즈메이니아주 등에 분포한다.
물이끼속은 자라면서 주변 환경을 산성화시키고, 이탄(peat)을 축적하여 습지 생태계를 형성하는 '생태계 엔지니어' 역할을 한다. 이끼의 세포벽에 포함된 페놀 화합물과 혐기성 환경으로 인해 분해가 매우 느리게 진행되며, 이로 인해 수 미터 깊이의 이탄층이 형성될 수 있다.
생애주기
다른 선태류와 마찬가지로 세대교번을 가지며, 배우체(gametophyte) 세대가 우성이고 오래 지속된다. 종에 따라 암수딴그루(자웅이주) 또는 암수한그루(자웅동주)이다. 북아메리카에 서식하는 종의 약 80%는 자웅이주로 보고되어 있다. 포자는 포자낭의 폭발적인 개방을 통해 방출되며, 소용돌이 고리(vortex ring)를 형성하여 약 10~20cm 높이까지 도달할 수 있다.
이용
물이끼속이 부패하고 건조된 형태는 피트모스(peat moss)로 불리며, 토양 개량제, 원예용 배지, 단열재 등으로 널리 사용된다. 또한 수세기 동안 상처 치료용 붕대로 사용되어 왔으며, 제1차 세계대전 당시에도 의료용 드레싱으로 활용되었다. 동아시아(중국, 일본, 한국)에서는 줄기가 긴 건조 물이끼를 풍란 재배용 분갈이 재료로 사용해 왔다.
보존
물이끼속이 우점하는 이탄지는 대량의 탄소를 저장하여 지구 온난화 완화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이탄 채취, 농지 전환, 개발 등으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이탄지가 훼손되고 있다. 칠레의 경우 2024년 4월부터 물이끼속을 포함한 이탄 채취가 전역에서 금지되었다. 영국 내 이탄습지의 90% 이상이 훼손되거나 사라졌으며, 뉴질랜드에서는 지난 150년 동안 전체 습지의 약 90%가 사라진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