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PIVERSE

무지나

무지나(ムジナ)는 일본어에서 일본오소리(アナグ마), 너구리(タヌキ), 백비심(ハクビシン, 흰코사향고양이) 등 백갈색 모색에 눈가만 검은 털인 짐승을 통틀어 가리키는 향명(지방명)이다. 한자로는 貉(맥/락) 또는 狢(학)으로 쓴다. 현대에는 이들 동물이 생물학적으로 구분되어 인식되지만, 과거에는 구분 없이 모두 무지나라고 불러 혼란이 있었다. 이 혼란은 지방에 따라 "마미(マミ)" 같은 지방명이 섞여 있는 등 복잡한 양상을 띤다.

일본 민속에서 무지나는 여우(키츠네) 및 너구리(타누키)와 더불어 사람으로 둔갑할 수 있는 요괴로 묘사되는 경우가 많다. 문헌상 최초 기록은 《일본서기(日本書紀)》 스이코 35년(서기 627년) 조로, "봄 2월, 무츠국(陸奥国)에 무지나 나타나다. 사람이 되어 노래하다"라는 기사가 있어 7세기부터 이미 무지나가 사람으로 둔갑한다는 관념이 존재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무지나가 사람을 홀리는 방법에 관한 전승은 크게 세 가지로 전해진다. 첫째는 논밭이나 길을 깊은 강으로 착각하게 하는 것이고, 둘째는 말똥을 만쥬(饅頭)로, 퇴비구덩이를 욕조로 착각하게 하는 것이며, 셋째는 방향감각을 없애는 것이다. 사람을 여럿 죽이는 흉악한 무지나도 있다고 전해지며, 일부 지역에서는 이를 큰무지나(おおむじな)라고 불렀다. 시모사 지방(오늘날의 치바현~이바라키현)에는 "카부키리 동자승(かぶきり小僧)"이라고 하여, 무지나가 짧은 옷을 입은 동자승으로 둔갑해 밤길에 "물 마셔라, 차 마셔라"라고 말을 건다는 전설이 있다.

무지나는 몸집이 개 정도이며 앞다리가 뒷다리보다 짧고, 털색은 갈색인데 오래 묵으면 등에 희고 검은 털이 십자로 나서 사람으로 둔갑할 수 있게 된다고 전해진다. 지역에 따라 사람의 3배 속력으로 달릴 수 있다거나 암수 간에 사이가 좋다는 이야기가 있다.

일본 속담에 "같은 구멍의 무지나(同じ穴のムジナ)"라는 표현이 있는데, 이는 "얼핏 보면 달라 보이지만 실은 한통속"이라는 뜻으로 주로 부정적 의미로 사용된다. 이는 오소리와 너구리가 같은 땅굴을 공유하며 생활하는 습성에서 유래한 것으로 추정된다.

무지나라는 용어의 혼동이 법적 결과로 이어진 사례도 있다. 1924년 일본 도치기현에서 한 사냥꾼이 너구리를 사냥했는데, 자신이 사는 지역에서는 그 동물을 무지나라고 불러 사냥 금지 대상이 아니라고 항변한 사건(타누키무지나 사건)이 발생했다. 일본 대법원은 이에 대해 사냥꾼의 혼동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

라프카디오 헌(고이즈미 야쿠모)의 《일본 괴담집》(Kwaidan)에는 얼굴이 없는 달걀귀신(놋페라보, noppera-bō) 이야기가 「무지나」라는 제목으로 수록되어 있어, 무지나가 달걀귀신으로 둔갑한 것과 동일시된 측면도 있다.

아이누어에서는 에조너구리를 "모육(モユㇰ→작은 사냥감)"이라고 부르며, 특히 얼굴이 검은 너구리를 "스케모육"이라고 부른다. 아이누 전승 유카르 「모육 키문카무이」(일반적으로 일본어로 「무지나와 곰」으로 번역됨)는 곰과 함께 살던 모육(무지나)이 인간계에 갔다가 분부를 어겨 신계로 돌아갈 수 없게 되어, 인간계에 눌러앉아 칩의 입구를 지키는 수호신이자 병을 고치는 신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현대에는 일본 만화 〈MUJINA INTO THE DEEP〉에서 '무지나'가 '무인권자(無印者/無人权者)'를 의미하는 용어로 차용되어 사용되기도 하였다.

둘러보기

더 찾아볼 만한 주제

    전체 문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