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식자 잉크(鐵墨, iron gall ink)는 철염과 식물에서 추출한 타닌산을 원료로 하여 만든 자줏빛 검은색 또는 갈색 검은색 잉크이다. 영어 명칭인 iron gall ink에서 'gall'은 참나무 벌레집(몰식자, 충영)을 가리키며, 이 잉크의 주원료가 몰식자(沒食子)에서 유래한 타닌산이기 때문에 '몰식자 잉크'라는 이름이 붙었다.
5세기에서 19세기까지 약 1,400년 동안 유럽에서 표준 필기 잉크로 사용되었으며, 20세기까지 널리 사용되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많은 그림이 몰식자 잉크로 제작되었고, 코덱스 시나이티쿠스(4세기 중반)를 비롯한 많은 중요한 필사본이 이 잉크로 작성되었다.
제조 원리
몰식자 잉크는 전통적으로 황산 철(II)(FeSO₄)을 타닌산 용액에 첨가하여 제조한다. 타닌산은 주로 참나무 벌레집(몰식자)이나 다른 나무의 충영에서 추출되었다. 추출물의 발효 또는 가수분해는 포도당과 갈산을 방출하며, 이는 갈산 철의 형성을 통해 더 어두운 자줏빛 검은색 잉크를 생성한다. 발효된 추출물에 황산 철(II)을 혼합하고 여과한 후, 결합제(주로 아라비아검)를 첨가하여 사용한다.
잉크를 종이에 쓰면 처음에는 옅은 회색이지만, 공기 중 산소에 의해 철 이온이 Fe²⁺에서 Fe³⁺로 산화되면서 점차 강렬한 보랏빛 검은색으로 어두워진다. 이렇게 생성된 철(III)-타닌산염 복합체는 수용성이 아니므로 필기 후 물에 젖어도 지워지지 않는 영구성을 가진다.
역사
참나무 벌레집 잉크에 대한 가장 초기의 조리법은 가이우스 플리니우스 세쿤두스(고대 로마)의 기록에서 찾을 수 있다. 중세와 르네상스 시대의 현존하는 필사본들은 대부분 몰식자 잉크로 쓰여졌다. 제작 용이성과 영구성 및 방수성으로 인해 유럽의 서기관들이 선호하는 잉크가 되었으며, 영국과 프랑스에서는 왕실 및 법률 기록의 영구성을 보장하기 위해 몰식자 잉크의 사용을 명시하는 법률이 제정되기도 하였다.
화학적 특성과 한계
몰식자 잉크는 산성을 띠기 때문에, 사용되는 필기 표면(양피지나 종이)에 따라 장기간 보관 시 종이를 부식시켜 구멍을 뚫을 수도 있다. 이러한 현상은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가속화된다. 또한 딥펜용으로 고안된 전통적인 몰식자 잉크는 만년필의 모세관 현상 원리에는 적합하지 않아, 피드 시스템에 철-갈산염 침전물이 축적되어 막힘을 유발할 수 있다.
현대적 사용
20세기 후반 화학적으로 생산된 잉크와 필기액이 발명되면서 일반적인 사용은 줄어들었으나, 오늘날에도 일부 회사에서 만년필용 현대적 제형의 몰식자 잉크를 제조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출생증명서, 결혼증명서, 사망진단서 등 공식 문서에 청흑색 기록용 잉크(registrar's ink)의 사용이 요구되며, 독일에서는 공증인 법률 문서에 특별한 문서용 영구 잉크(Urkundentinte)의 사용이 요구된다. 유대교 할라카에서는 게트(이혼 문서), 케투바, 메이즈자, 토라 두루마리 등 다양한 종교 문서에 여전히 몰식자 잉크가 요구된다.